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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 용사 이야기 책으로 엮어


지난 2011년 강석희 씨가 백선엽 전 육군참모총장(오른쪽)과 함께 했다. 60년 전 백선엽 전 총장으로부터 받은 제대증명서를 들고 있다.
지난 2011년 강석희 씨가 백선엽 전 육군참모총장(오른쪽)과 함께 했다. 60년 전 백선엽 전 총장으로부터 받은 제대증명서를 들고 있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한 노병이 치열했던 전투의 기억을 책으로 엮어냅니다. 미군과 한국 군 전우들의 상흔을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강석희 씨는 60년 전 전쟁의 흔적을 매일 느낍니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임진강 인근에서 전투를 벌이다 박힌 수류탄 파편이 여전히 몸 속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강석희 씨] “터지는 섬광이 햇빛보다도 더 아주 강해. 수류탄을 뒤집어 써가지고 눈을 실명했는데, 얼굴에 박혀 있는 그 쇠붙이들이, 그걸 건드릴 수가 없어요. 일일이 뽑아낼 수가 없으니까.”

지난해 2004년 미국 뉴욕 지역 참전 전우회가 주최한 오찬회에서 미군 참전 용사들과 함께한 강석희 씨.
지난해 2004년 미국 뉴욕 지역 참전 전우회가 주최한 오찬회에서 미군 참전 용사들과 함께한 강석희 씨.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욕 한국전참전용사회 회장을 지냈다는 책임감도 있었습니다.

전우들의 얘기를 남겨야 하는 숙제를 더 이상 미루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래된 기록을 뒤져 소속 부대와 개별 전투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더딘 작업이었습니다.

[녹취: 강석희 씨] “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사정은 잘 기억을 해요. 그러나 산과 들에서 잠자고 땅을 파고 그냥 옮겨다니기 때문에 지역이 어딘지도 몰라. 그걸 정확하게 실제적인 고증을 하기 위해서 60여년 전의 기록을 되살린 거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자료 수집과 정리는 4년 만에 결실을 맺어 오는 9월 출판을 앞두게 됐습니다.

‘한국전쟁 참전 회고록’. 그 밑엔 ‘젊은 날 나라를 지킨 회상’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미군 참전용사 5 명, 한국 군 참전용사 25 명의 기억과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담아 냈습니다.

[녹취: 강석희 씨] “북한의 인민군한테 잡혀가서 일하다가, 거기서 탈출해서 또 남한에 내려와서 국군으로 저거하고, 국군에 있다가 또 북한에 포로로 넘겨져 가지고 탈출하고, 그냥 뒤죽박죽이고.”

60년 전 전투가 엊그제 일 같습니다.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에 맞서 한 편이 돼 싸웠지만, 미군과 한국 군의 병영 실태는 하늘과 땅 차이였습니다.

[녹취: 강석희 씨] “우리 쪽은 그냥 찬밥인데 밥덩어리, 주먹밥이 얼어가지고 돌덩어리 같애. 그런 거 먹으면서 미군들 진영에 보면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숟가락하고 포크도 있고 나이프도 있고 트레이도 있어. 그걸 쨍그랑 거리면서 허리에다 차고서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고.”

30 명의 기억을 담았는데, 그 중 2 명은 회고록이 나오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출판일까지는 두 달 남짓. 노병은 더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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