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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한국전 정전 60주년] 5. 한반도 평화 정착, 전문가 제언


지난 4월 비무장지대 한국 측 초소에서 경계 근무 중인 군인이 망원경으로 북한 지역을 살피고 있다.

지난 4월 비무장지대 한국 측 초소에서 경계 근무 중인 군인이 망원경으로 북한 지역을 살피고 있다.

내일 (27일)은 6.25 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주년을 맞는 날입니다. 당시 협정은 적대행위를 일시적으로 멈추고 항구적인 평화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는데요, 그 상태가 60년이나 지속되고 있습니다. 저희 `VOA'는 60주년을 맞은 정전협정을 다섯 차례로 나눠 살펴보는 기획보도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한반도 평화 정착 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해 드립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은 1953년 7월27일 체결된 정전협정문에 이미 과제로 제시돼 있습니다.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3개월 내 정치회의를 소집하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휴전선과 해상분계선 일대에선 아직도 북한의 무력도발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남북한이 60년 전의 전쟁을 완전히 끝내고 한반도에 지속적이고 영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킬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진 겁니다.

멀고 험난한 길입니다. 우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부터 설득력을 잃고 있습니다.

30년간 유엔군사령관 특별고문을 지낸 이문항 씨는 북한 측이 군사정전위원회 회담 때마다 진지한 평화 해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선동과 선전에 열을 올렸다고 회고했습니다.

[녹취: 이문항 전 유엔사 특별고문] “어디까지나 미국이 나가는 거, 미군 철수하는 거, 그냥 핵 문제, 미군의 핵무기를 철거시키는 거, 이걸 회의 할 때마다 들고 나와요.”

북한 측 논리는 주한미군 철수를 이끌어내기 위한 구실일 뿐 타당성과 현실성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입니다.

게다가 평화체제로 가려면 남북한이 서로를 동등한 상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전제조건도 걸림돌로 남아 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 교수의 설명입니다.

[녹취: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 “(남북한이 서로를) 주권국가로 보면 안된다는 입장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 참 어렵습니다. 휴전조약은 상대방을 주권국가로 인정할까 말까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하지만 평화조약의 경우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2000년대부터 평화체제 논의가 북한 핵 문제와 맞물리면서 양측의 주장과 논리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박선원 전 한국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 비서관입니다.

[녹취: 박선원 전 비서관] “서로 전제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은 핵 없는 북한, 비핵화된 북한하고 평화체제인 거고, 북한은 핵이 있는 하에서의 평화체제와 평화협정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갈 수가 없는 거죠.”

남북한이 연립한 후에 정치, 경제, 군사, 교육 문제를 정립해 나가자는 식의 기존 평화 정착 제안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따라서 북 핵 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평화조약을 서두르는 건 향후 남북간 심각한 안보불균형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핵 문제가 워낙 돌출돼 있어 현재로선 평화체제로 이행되는 길목이 완전히 막혔다면서도, 불안정한 정전 상태 청산을 위한 대안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철저한 국제 공조체제 확립은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자 실천 가능한 방안으로 꼽힙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의 진단입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한국 정부로서는 결국은 미국과 중국과의 삼각공조를 이뤄내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한반도라는 지역이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에 의해서 상당히 흔들릴 수 있는 그러한 지역이 돼 버렸기 때문에”

특히 핵 개발을 계속하면서 국제사회와 동떨어진 대외행보를 보이는 북한을 평화 프로세스로 이끌기 위해선 미국과 한국, 중국이 정책을 일치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도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돼 통일을 눈앞에 두는 순간엔 미국과 중국이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남북한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 통일을 이뤄내는 최후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이미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소해야 북 핵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밝힌 만큼, 미국과 한국으로선 어떻게든 중국과의 입장차를 좁혀야 하는 상황입니다.

국민대 란코프 교수는 범위를 더욱 확대해 국제사회가 보증하는 한반도 평화 유지 장치를 제안했습니다.

[녹취: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 “한국전쟁에 참전한 세력이 다 ‘평화안전 메커니즘’에 참가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상호 신뢰를 서서히 회복해가는 방안입니다.

다만 양측이 대화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평화체제 준비단계로의 진입조차 막혀 있는 게 현실이라고 란코프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박선원 전 비서관은 좀 더 구체적으로 당사국들간 연쇄 접촉을 통해 6자회담을 복원하는 방안을 평화체제로 가는 시발점으로 제시했습니다.

[녹취: 박선원 전 비서관] “남북 양측의 그동안 합의와 존중과 이행, 준수를 위한 고위급 회담을 바로 남북한 간에 시작하고, 그 다음에 미-북, 그 다음에 6자회담, 2개의 양자회담과 6자회담을 바로 병행시켜 나가야죠.”

6자회담에서 핵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뒤 미-북 관계 정상화 등이 진지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논립니다.

하지만 남북관계와 미-북 대화라는 두 개의 축이 선순환하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습니다. 이유는 역시 핵 문제 때문입니다. 다시 김현욱 교수입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 나온 것처럼 6자가 당시에 합의한 게 적절한 포럼에서 평화체제를 논의할 수 있다, 그런 얘기를 했지만 결국 북한의 핵 폐기에 완전히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이걸 논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특히 한국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북한 비핵화에 무게를 더 실으면서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모색할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선 비핵화, 후 평화협정’이라는 선후관계 설정과 분리추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종대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입니다.

[녹취: 신종대 교수] “북 핵 문제 해결이라든지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 체결, 그리고 남북관계의 개선, 이런 것들을 한국의 입장에선 같이 구동시키는 전략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기반 조성을 위해 세 가지 현안을 동시에 가동시키는 소위 ‘삼륜전략’인데, 결국 북 핵 폐기를 전제로 해선 어떤 대북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나온 해법입니다. 다시 신종대 교수입니다.

[녹취: 신종대 교수] “봉쇄를 내세우면서 인게이지먼트(관여)를 한다, 이런 방향 설정은 맞다고 봅니다. 다만 문제는 봉쇄의 비중이 너무 크고, 봉쇄를 전제조건으로 해서 인게이지먼트의 비중이 약화되거나 방해받는 그런 방향으로 가선 안된다는 거죠. 그런데 실제 현실에서는 그렇게 귀결됐던 측면이 컸죠.”

신 교수는 특히 이 과정에서 한국이 미-한 관계와 한-중 관계의 틀을 이용해 두 나라의 협력을 얻어내고, 남북간 채널을 구축해 북한을 설득시키는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래리 닉시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의 제안은 이에 비해 남북한 간 순차적인 대화와 협력 증진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닉시 고문은 남북한이 우선 정전협정 존중을 확약한 뒤 이산가족, 인권, 인적교류, 군축, 서해 북방한계선 문제 등에 관한 대화를 진전시켜 최종적으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3단계 절차를 제시했습니다.

이문항 전 유엔군사령관 특별고문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선 북한 뿐아니라 한국 역시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문항 전 유엔사 특별고문] “북한이 좀 바뀌어야 합니다. 남쪽도 그렇게 바뀌도록, 말하자면 붕괴되는 것만 자꾸 떠들지 말고, 물론 붕괴되는 것도 중국이 가만히 앉아있지 않죠.”

북한은 중국식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한국은 북한의 급변상황을 상정한 몰아부치기식 접근법을 버리는 데서 출발하라는 제안입니다.

평화협정 체결과 미-북 관계 정상화 등이 마무리 된 뒤에야 핵 폐기가 가능하다는 북한.

북한의 핵 폐기가 선행되고 상호 신뢰가 구축돼야 진정한 의미의 평화체제가 수립될 수 있다고 맞서는 미국과 한국.

양측이 접점을 찾을 때까지 6.25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입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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