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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간단체 "북한 여성보장법은 허수아비"


중국 단둥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 근로자들. (자료사진)

중국 단둥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 근로자들. (자료사진)

북한의 여성보호법은 허수아비에 불과하며 북한 여성들은 정부의 도움없이 스스로 삶을 개선시키고 있다고 한국의 민간단체가 새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최근 북한의 사회경제 변화에 따른 여성들의 인권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단체는 서울주재 영국대사관의 지원으로 2011년 이후 탈북한 북한 여성 60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북한 여성들의 삶이 1990년대 보다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장마당 활동 등을 통해 여성들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일부 여성들은 가정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가정내 폭력에서도 벗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단체의 김소희 캠페인팀 간사는 3일 ‘VOA’에 이런 변화는 북한 당국의 정책과는 무관한 사회적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소희 간사] “이런 변화는 북한이 법치국가라서 혹은 북한의 정책변화에 의해서가 아니고 북한의 사회경제적인 변화에 기인해서 여성들의 인권이 변했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입니다.”

정부가 과거처럼 배급을 줄 수 없기때문에 여성들이 생존차원에서 장마당 활동에 뛰어 들면서 나타난 현상이지 정부의 시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북한 정부가 3년 전 제정한 여성권리보장법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의 내용은 여성의 다양한 권리들을 보장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여성 인권을 억압하는 가부장적 관습은 사회 곳곳에서 만연돼 있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여성권리보장법이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제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자 북한 당국이 오히려 가부장적 사회에서의 여성의 전통적 역할을 강조하며 교육까지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장사를 통해 돈을 모은 일부 여성들의 변화상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특히 성분제도때문에 차별을 받던 일부 하위계층 여성들의 경우 재력을 쌓아 입당을 하거나 양질의 교육과 의료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겁니다. 또 과거 남편의 폭력에 침묵해야만 했던 일부 여성들이 뇌물을 당국에 바쳐 남편과 이혼하는 현상도 늘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김소희 간사는 그러나 설문에 응한 탈북 여성들이 대부분 량강도 등 북-중 국경지역 출신들이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간사는 또 역설적으로 돈 중심의 사회 변화때문에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정보력과 경제력이 약한 여성들은 여전히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소희 간사] “재력 같은 게 성분을 뛰어넘는 역할을 하게 됐는데, 역설적으로 이런 재력때문에 대학 진학이나 심지어 입당도 돈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돈이 있는 자들만 누릴 수 있는 상황만 만들기도 했다는 약간 역설적인 결과가 있습니다.”

보고서는 또 구금시설에서 강제 낙태와 영아 살해, 강제노동과 성폭행 등도 여전하다며 여성 수감자에 대한 처우가 개선됐다는 어떤 긍정적 증거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국제사회가 여성 보호에 대한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한편 유엔 등 국제기구가 북한과의 협력을 통해 성폭력과 가정폭력, 여성 수감자 인권 보호에 대한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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