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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북한 대화 제의, 진정성 없어"


2011년 7월 뉴욕을 방문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왼쪽)이 미국의 클리포드 하트 6자회담 수석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2011년 7월 뉴욕을 방문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왼쪽)이 미국의 클리포드 하트 6자회담 수석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격적인 미-북 고위급 회담 제의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제안 배경이나 시점에서 진정성을 읽기 힘들다는 분석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한 달 동안 6자회담 당사국들과 차례로 접촉해온 점을 주목합니다.

지난 달 중순 일본의 이지마 이사오 내각관방 참여를 불러들인 뒤 최룡해 특사를 중국에 파견했고, 이어 한국에 전격적으로 대화를 제의한 데서 연관성을 읽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이 미-중 정상회담 직전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안한 데 이어 이번엔 미-한-일 북 핵 6자회담 수석대표들의 워싱턴 회동을 이틀 앞두고 미-북 고위급 회담 카드를 들고 나온 점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입니다.

국무부 정책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워싱턴대 총장은 16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철저히 전략적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미첼 리스 총장] “It’s trying again to manipulate any possible differences between three allies…”

핵 문제는 그대로 남겨둔 채 일본, 한국에 이어 이번엔 미국에 접근하면서 세 나라 간 공조체제를 흔들려 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리스 총장은 뉴욕채널 등 미-북 간 대화창구는 현재도 얼마든지 열려있지만 양측이 워낙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에 교착상태를 벗어나긴 힘들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직후 미국에 대화를 제의한 건 한국에 대한 압박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입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I think it also sends the signal to South Korea that, you know…”

미국과의 양자대화 기회를 엿보는 동시에, 한국엔 서울을 거치지 않고 워싱턴과 직접 상대하겠다는 압박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고스 국장은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 해결은 한국이 주도해 나간다는 원칙을 확인했을 것이라며, 미국이 전면에서 북한과 대화에 나서기가 부담스런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먼저 남북관계에 진전이 있어야 미-북 대화 채널이 열릴 수 있는 만큼 북한은 한국과의 접촉에 집중하는 게 순서라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은 그동안 비핵화 준수를 위한 북한의 행동이 먼저라면서, 북한과의 대화에 당장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습니다.

따라서 이런 조건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이 전격적으로 미국에 대화 제의를 한 건 다분히 중국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미국 하버드대학 벨퍼센터의 존 박 연구원입니다.

[녹취: 존 박 연구원] “The North Koreans can say to the Chinese that…”

북한의 핵 개발을 반대하면서 주변국들과의 대화를 강조하고 있는 중국에 “최선을 다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존 박 연구원은 미국이 북한 헌법상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 중대담화 형식으로 나온 이번 제의를 눈여겨 보겠지만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으로선 이 또한 미국, 한국 등이 대화 의지와 융통성이 없어 대화가 성사되지 않았다는 구실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 역시 북한의 이번 제안에 중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차관보] “The Chinese obviously told them to, you know, basically knock it off and therefore they want to reach out to us…”

북한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데 대한 중국의 우려를 잠재우는 동시에, 돈줄을 옥죄고 있는 미국의 제재를 완화시키려는 현실적인 목적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핵 공격까지 언급하며 위기 지수를 최고조로 높였던 북한이 상황을 오판했다는 사실을 서서히 자각해가는 중인 것으로 인식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최근 잇따른 대화 제의엔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포드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스트로브 부소장] “It was delivered apparently without any lower level discussions with the United States…”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스토로브 부소장은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를 깬 지 불과 며칠만에, 그것도 일요일을 발표 시기로 선택했다는 데서 심각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국 실무당국자들과의 사전조율 없이 제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스트로브 부소장은 이어 미국이 이미 여러 차례 핵 보유국임을 밝힌 북한과의 대화에 선뜻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편 6자회담 등 북한과의 대화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혀 온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이 또다시 대화 카드를 들고 나온 건 수 년 간 반복해온 전형적인 수법의 일환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녹취: 버웰 벨 전 사령관] “This is typical North Korea’s same pattern we’ve seen for years…”

벨 전 사령관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계획을 폐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외부 검증을 통해 증명하지 않는 한 북한의 어떤 대화 제의에도 응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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