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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북한 협상 내용 폭로전, 잘못된 전략"


12일 남북 당국간 회담이 열리기로 예정되었던 한국 서울 그랜트힐튼 호텔 회의장에 설치되어 있던 '남북 당국 회담'이라고 적힌 현수막.
12일 남북 당국간 회담이 열리기로 예정되었던 한국 서울 그랜트힐튼 호텔 회의장에 설치되어 있던 '남북 당국 회담'이라고 적힌 현수막.
북한은 오늘 (13일) 당국회담을 위한 실무협상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협상의 관례를 깬 북한의 폭로전이 남북관계 진전이나 북한 스스로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잘못된 전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남북 당국회담 실무협상 내용을 전격적으로 공개한 것은 회담 무산의 책임을 한국 정부에 지우려는 선전전의 하나로 보입니다.

북한이 회담 수석대표의 격 문제를 놓고 한국에 굴욕을 강요했다는 한국 정부의 비판을 반박하기 위해 이런 폭로전을 선택했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한국 측이 합의서 초안에 김양건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의 이름을 북한 대표단 단장으로 못박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다른 협상 내용들도 상세하게 공개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북한 측 주장은 굴욕을 당한 게 한국이 아니라 자신들이었고 따라서 협상이 깨진 책임은 한국에 있다는 겁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협상 폭로전은 회담 무산의 책임을 놓고 한국 내에서 갈등을 이끌어내고 궁극적으로 한국 정부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남북협상 전문가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비공개로 이뤄지는 협상 과정에선 견해차를 좁히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쓰이는 법이라며, 이를 일방적으로 공개하고 비난하는 것은 협상의 기본을 모르는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전략이 남북간 신뢰를 근본적으로 허물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협상 내용을 공개했다면 누가 자유롭게 협상을 할 수 있겠습니까, 혹시나 우리측이 만약 공개했다면 북한 또한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이렇게 협상의 과정에서는 그런 것을 공개한다는 것은 남북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북한은 지난 2011년에도 남북 당국간 비밀접촉을 폭로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한국 측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과 관련해 양보해달라고 애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한국의 이명박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북한과의 공식적인 대화를 포기했고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됐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전현준 박사는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협상 내용을 공개하는 일이 반복되면 북한의 국익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전현준 통일연구원 박사] “어떤 A라는 국가가 북한과 협상을 하려고 하는데, 대표적인 게 일본이겠죠, 물밑에서 일어난 일들이 다 공개가 된다고 한다면 협상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하는 부메랑이 돼서 북한으로 돌아가는 그런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높죠.”

협상이 깨진 직후 북한은 ‘보류’라는 표현을 써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 놓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번 폭로전으로 당분간 남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앉기는 힘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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