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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북한 대화 제의, 도발-유화 반복 전형적 행태"


류길재 한국 통일부 장관이 6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남북장관급회담을 제안했다.
류길재 한국 통일부 장관이 6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남북장관급회담을 제안했다.
북한이 전격적으로 남북간 회담을 제의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안팎의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은 북한의 이번 회담 제의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리언 시걸 국장] “I don’t think this is all that surprising. The logic was…”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한 통행제한 조치를 취한 건 지난 3월과 4월 진행된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전쟁연습으로 간주했기 때문인만큼, 훈련 종료 후 자연스럽게 공단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는 중이라는 겁니다.

시걸 국장은 남북한이 먼저 대화의 접접을 찾으면 미국 정부의 대북 관여정책도 순차적으로 힘을 받게 된다며, 북한 역시 이런 역학관계를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남북간 대화창구를 복원한 뒤 어느 시점에선 미국과 일본에도 비슷한 접근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 기업연구소 (AEI)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이번 대화 제의가 도발 뒤엔 유화공세로 선회하는 전형적인 북한식 외교 행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연구원] “DPRK foreign policy which is to say DPRK international extortion policy always goes through cycles…”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미국 등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지 못한 북한의 도발을 실패로 규정하면서, 북한이 한국의 박근혜 정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 등을 회담 의제로 제시한 건 개성공단이 체제에 주는 잠재적 위험성을 우려하기 보다 공단 운영을 통해 얻는 이윤에 더 집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또 박근혜 대통령의 일관성 있는 대북 원칙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속단하긴 이르다면서도, 한국 정부가 아직까지 전략적 실수를 하진 않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성윤 터프츠대학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예상대로 대화 기조로 방향을 틀면서 과거의 전례를 철저히 답습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평화공세를 펼칠 때가 된 겁니다. 거의 항상 매년 상반기 지나서 한 6월 말, 7월 달이 되면 일종의 평화공세를 많이 펼쳐 왔습니다.”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 (BDA) 은행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북한이 금융 압박을 받던 2005년과, 7월 초 미사일을 발사했던 2006년 등을 제외하곤 북한이 늘 이 시점에 대화 신호를 보내왔다는 겁니다.

이 교수는 북한이 미국, 한국, 일본 등에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거의 예외없이 도발과 긴장 수위를 높여왔다며, 갑자기 태도를 바꾼 데 대해 큰 기대를 가져선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막상 회담이 열려도 북한이 황당한 주장이나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우리가 많이 양보하지 않는 한 잘 안 풀릴 겁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로서는 양보를 안하기가 또 힘든 상황입니다. 금강산도 그렇게 됐고, 이산가족 상봉도 지금 3년 이상 못하고 있고,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가면 한국 정부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으니까.”

브루킹스연구소의 윤 선 객원연구원은 북한의 회담 제의가 무엇보다 중국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윤 선 연구원] “I think China played a big role. Because what happened in February…”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수모로 간주한 중국의 새 지도부가 북한을 결국 대화의 장으로 밀어냈다는 겁니다.

선 연구원은 최근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최룡해 특사가 중국 당국자들과 어떤 합의를 주고 받았는지 확실치 않지만, 최룡해의 방중 결과가 어떤 식으로든 이번 대화 제의에 반영됐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선 연구원은 그러나 북한과의 대화가 번번이 결실을 보지 못한 전례를 상기시키며, 모처럼 남북한 간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결과를 낙관하긴 이르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하버드대학 존 박 선임연구원 역시 이번 제의의 배경으로 ‘중국 요소’를 우선 꼽으면서, 북한이 경제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존 박 연구원] “I think it is a big effort from the Chinese to get the North Koreans to reengage with Sou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북한이 6자회담은 물론 한국, 미국과의 접촉에 나서도록 중국이 막후 노력을 기울였으며, 북한으로서도 개성공단이라는 중요 수입원을 복원시켜야 한다는 실용적인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존 박 연구원은 북한 핵 문제 등 보다 핵심적인 사안이 여전히 미결 상태로 남아있긴 하지만, 당장 시급한 우선순위를 지역안정에 둔다면 북한의 대화 신호가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한국, 중국 등이 공유하는 북한의 비핵화 목표가 바로 현실화되기 어려운만큼, 북한이 제의한 회담을 징검다리 삼아 보다 심도있는 협상으로 옮겨갈 가능성에 의미를 둔 겁니다.

존 박 연구원은 개성공단 정상화가 북한에겐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국 정부에겐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필요하다는 공통분모를 제공하는 만큼 양측이 회담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봤습니다.

한편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북한이 한국의 제의를 넘어 포괄적인 역제의를 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I think what North Korea wants is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put much more on the table other than the nuclear issue…”

한꺼번에 많은 의제를 회담 테이블에 올려놓음으로써 비핵화 전제를 희석시키면서, 차후 비공식 채널을 통해서라도 한국 정부의 추가 논의 요청을 유도하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과의 대화에서 북 핵 문제를 우선 꺼낼 것인지, 아니면 합의가 가능한 개별 사안을 먼저 다룰 것인지를 놓고 한국 정부 내에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후자 쪽에 무게가 실리도록 핵 문제를 제외한 거의 모든 현안을 들고 나오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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