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아동절 행사 선전...심각한 영양실조 그늘도


국제아동절인 1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모형 군사 퍼레이드 행사.

국제아동절인 1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모형 군사 퍼레이드 행사.

지난 1일은 `국제 아동의 날'이었습니다. 북한 정부는 이날 특집방송까지 준비하며 북한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큰 복을 받았다고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시선은 매우 차갑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지난 1일 국제아동절을 맞아 북한 주요 도시에서 풍성한 행사가 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세상에는 나라도 많고 어린이들도 많지만 우리 어린이들처럼 행복한 어린이들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우리 어린이들을 제일로 사랑하시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은혜로운 사랑의 품 속에서 세상에 부러움 없이 행복을 마음껏 누려가는 이들의 모습은 보다 휘황찬란할 선군조선의 미래를 남김없이 보여줬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국제사회에도 북한이 어린이를 나라의 왕으로 각별히 떠받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2009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UPR)에 참석한 한채순 북한 보건성 보건경영학연구소 실장의 말입니다.

[녹취: 한채순 실장] “여성들과 어린이들을 특별한 보호대상으로 규정하고 그들에게 온갖 특혜를 베풀고 있으며 이러해서 아이들은 나라의 왕으로, 또 여성들은 나라의 꽃으로 떠받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바입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이런 선전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매우 차갑고 냉소적입니다.

클라우디아 본 롤 전 세계식량계획(WFP) 평양사무소장은 북한의 많은 어린이들이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롤 전 소장] “There is a very high rate of children and also adults who are actually…”

영양실조 때문에 북한의 많은 어린이들과 성인들의 키가 예상보다 훨씬 작다는 겁니다.

유엔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 내 5살 미만 어린이의 28 퍼센트가 만성적 영양결핍에 따른 발육 부진을 겪고 있고, 전체 주민의 3분의 2인 1천6백만 명이 만성적인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동아일보’는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의 자료를 인용해 2011년 현재 남북한 11살 남자 어린이의 경우 평균 키가 19 센티미터, 몸무게는 16 킬로그램이나 차이가 난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의 어린이는 평균 키가 144 센티미터, 몸무게는 39 킬로그램인 반면 북한 어린이는 125 센티미터, 23 킬로그램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최근 국제사회에 공개된 북한 내 꽃제비 관련 동영상과 라오스에서 강제북송된 탈북 고아 9 명에 관한 소식도 북한 어린이들의 열악한 실태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어린이들에 대한 우려는 비단 식량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달 발표한 국제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의 어린이들이 출신성분에 따라 교육과 의료 접근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5학년부터 의무적으로 군사교육을 받고, 정치범 수용소에서는 어린이들이 강제노동에 동원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올해 인권백서에서 북한 어린이들이 건강권을 비롯해 신체적.정신적 보호, 사법과 교육 분야에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침해.유린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대학교원 출신인 현인애 북한인권위원회 방문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에는 당국의 선전을 그대로 믿는 주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녹취: 현인애 연구원] “기가 막히죠. 북한 어린이들만큼 불쌍한 게 어딨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많이 속거든요. 그거 들으면 우리는 기가 막히다고 보시잖아요. 근데 북한 사람들은 의례 그렇게 말해야 하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입니다. 그걸 남한 사람들처럼 받아들인다면 (북한 정부가) 보도 못하죠. 역효과니까. 근데 그렇게 말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걸 믿는다니까요. 아, 수령이 이렇게 아이들을 사랑하는구나.”

현인애 연구원은 평양을 제외한 지방의 탁아소 시설이 크게 낙후돼 있다며, 평양과 지방, 고위층과 일반 주민들의 자녀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탈북 청소년 교육 지원을 하고 있는 이영석 전 북한인권시민연합 교육훈련팀장은 북-중 국경지역에서 북한 어린이들을 구출할 때마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석 전 팀장] “그 어린아이들이 무슨 잘못일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왜냐하면 아이들과 함께 국경을 넘을 때 우리 친구들이 국경을 넘기 전에 막 공포에 떠는 모습을 봤습니다. 근데 그 모습을 보면서 불쌍하다는 느낌보다는 이 친구들이 왜 이런 나이에 이런 걸 겪어야 될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정말 38도선을 기준으로 위에 태어났다 밑에 태어났다만으로 다르게 살아가는 게 행운인지 이 걸 옆에서 바라보는 게 악몽인지 잘 모르겠어요.”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다음 달부터 북한 주민들의 식량권 유린과 성분차별 등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