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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설문] 개성공단 정상화 필요한가?


개성공단 조업중단 사태가 22일로 50일째를 맞았다.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도로.

개성공단 조업중단 사태가 22일로 50일째를 맞았다.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도로.

북한의 근로자 철수 조치로 인한 개성공단 조업중단 사태가 어제 (22일)로 50일째를 맞았습니다. ‘VOA’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22 명을 대상으로 개성공단 재개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요. 대다수 전문가들이 공단의 역기능을 우려하면서도 즉각적인 폐쇄에는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에 개성공단 사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습니다.

‘VOA’의 설문조사에 응한 22 명의 전문가들 중 한국 정부가 공단 폐쇄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6 명에 그쳤습니다.

반면 잠정적으로라도 공단의 명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문가는 14 명, 그 밖에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전문가가 2 명으로 분류됐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 유지 쪽에 무게를 둔 전문가들도 대부분 남북간 협력 증진이라는 개성공단의 원래 설립 취지엔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히려 북한의 일방적 주장과 행동에 말려 한국이 공단 폐쇄 수순을 밟을 경우 불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이성윤 터프츠대학 국제대학원 교수는 공단 운영의 위험도가 여전히 크지만 한국이 적극적으로 폐쇄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한국 정부가 오히려 남북관계에서 대립을 하고 도전적이고, 이런 이미지를 풍긴다면 그건 절대로 정부에 유리하지 않죠. 물론 그게 사실이 아니지만, 그래서 대화의 창구는 항상 열어놓되 이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매달릴 필요는 절대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초 개성공단 사태를 초래한 당사자는 북한인만큼, 한국이 폐쇄를 서둘러 불필요한 오해와 비난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존 에버라드 전 평양주재 영국 대사의 지적도 이와 맥을 같이 합니다.

또 앤드루 스코벨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은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신호를 보낸다면 개성공단에서 시작할 수 있는만큼, 북한의 태도 변화 가능성을 대비해서라도 공단을 열어둬야 한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따라서 현 시점에서 한국 정부에 필요한 건 인내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인력 철수 결정은 적절했고, 최악의 경우 공단 폐쇄를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당장은 북한의 선택을 지켜보는 게 순서라는 조언입니다.

국무부 정책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워싱턴대학 총장 역시 한국 정부가 당장 공단 폐쇄를 기정사실화하기 보다 앞으로 관련 협상에서 북한의 태도나 의지 등을 지켜본 뒤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미첼 리스 총장] “Governments are usually in the business keeping open…”

특히 개성공단을 잠정적으로라도 유지함으로써, 호전적 행동 때문에 잃는 게 더 많다는 사실을 북한에 거듭 상기시키는 학습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같은 전문가들의 개성공단 유지 주장이 즉각적인 공단 정상화를 뜻하진 않습니다.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이를 “개성공단에 하루에 몇 시간 만이라도 전기 공급을 유지하는 상태”로 표현했습니다.

북한 지도부 내에서 공단 재개에 대한 이견이 다시 표출됐을 수 있고, 김정은 체제의 권력 공고화 과정도 완료된 게 아닌만큼 북측에 최소한의 말미를 주자는 의미라는 겁니다.

개성공단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중에는 오히려 한국 정부에 공단이 처한 위기를 공세의 발판으로 삼을 것을 조언하는 이도 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입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연구원] “I don’t think the ROK should give up Kaesong…”

베넷 연구원은 개성공단 조업중단은 경제적 이윤보다 내부 안보를 우위에 두는 북한의 정책 특성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공단을 포기하기보다 파행의 책임이 북측에 있다는 사실을 대북방송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공단에 전기와 수도를 소량이라도 계속 공급해 북한 주민의 안녕을 돌보는 주체는 북한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자신들의 승리로 선전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켄트 칼더 존스홉킨스대학 교수도 한국이 개성공단 복귀 여지를 남겨둬야 하지만, 북한이 승리라고 여길만한 양보를 전제로 해선 안된다며 베넷 연구원과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 유지 논리를 내세우는 전문가들 가운데는 조업 재개를 보다 적극적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공단이 남북협력의 매체개가 될 수 있다는 원래의 설립 취지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 이들입니다. 미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로렌스 코브 미국진보센터 외교정책 선임연구원입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연구원] “I think you should keep it open because…”

코브 연구원은 공단 유지가 향후 남북관계 진전에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남북관계는 통일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하며, 북한 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개성공단이라는 경협의 상징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신기욱 스탠포드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은 그런만큼 신속히 공단 재개 명분을 찾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기욱 소장] “남측이나 북측이나 처음부터 닫는 것을 원했던 것 같지 않고요. 양쪽이 강하게 나가다가 이런 상황까지 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양측이 좀 명분을 살려서 이걸 살릴 수 있는 게 중요할 것 같고요.”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소장도 개성공단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실천에 매우 중요하고, 남북간 대화의 끈을 유지하는데도 긴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며 공단 재개 쪽에 큰 무게를 뒀습니다.

반면 개성공단이 경제적 추동력도 없고 정치적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며 영구적인 폐쇄를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이제 개성공단이라는 실험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 “You know this apparent consensus of the benefits of Kaesong, I argued that they really aren’t…”

클링너 연구원은 개성공단 사업을 `밑빠진 독에 물붓기’에 비유하며, 공단이 북한의 경제, 정치 개혁을 유도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군사 도발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존 박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경제적 지렛대 역할을 잃은 개성공단에 다시 들어가는 선택을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식 햇볕정책’의 열매가 커지면서 한국이 북한과의 경협에서 독점적 지위를 잃게됨에 따라 개성공단을 북한 행동 변화의 유인책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존 박 연구원은 이어 북한이 조업중단 사태를 초래한 것은 공단을 통해 얻는 이윤이 이전처럼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국이 공단에 대한 전기 공급을 끊고 철수하는 게 명예로운 출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개성공단이 심각한 군사적 문제를 야기시켜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공단 운영 초기부터 군사 도발과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았으며, 남북경협으로 발생한 이윤조차 군사 역량 강화 목적으로 빼돌려 왔다는 겁니다.

벨 전 사령관은 따라서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에 대한 투자를 즉각 중단하고 현지 시설을 영구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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