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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 외교관 "김정일 70년대부터 비자금 조성"


생존 당시 북한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현장을 방문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 2011년 9월 2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생존 당시 북한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현장을 방문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 2011년 9월 2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북한 김정은 정권의 비자금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미 행정부 고위 관리가 북한의 해외 비자금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인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지도부의 비자금이 새삼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미국 정부 고위 관리의 발언이 계기가 됐습니다.

미 행정부의 대북 금융제재를 총괄하는 데이비드 코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지난 14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해외 비자금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코언 차관] "We are actively looking for the money…"

코언 차관은 재무부가 김정일 위원장의 해외 비자금이 어디에 있는지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며, 만일 찾게 되면 문제의 돈이 아들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고위 당국자가 북한 최고 지도자의 해외 비자금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비자금은 그 특성상 정확한 규모와 실태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북한 외무성에 근무하다 1999년 한국으로 망명한 홍순경 씨는 김정일이 후계자로 내정된 1970년대부터 비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녹취: 홍순경] “74년인가 후계자가 된 이후에 무역회사도 비자금을 위해 돈을 바치고 38호실로, 외국 공관도 비자금을 벌어서 바쳤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북한 담당관을 지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도 북한이 스위스와 영국 등지에 비자금인지는 몰라도 은행계좌를 갖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퀴노네스 박사] "We did know North Korea have bank accounts yes, but..."

당시에는 스위스 은행이 비밀주의를 고수했기 때문에 금액의 규모는 파악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베일에 가려진 김정일 위원장의 비자금이 윤곽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01년이었습니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국무부와 중앙정보국 (CIA), 재무부, 국방부 등 14개 부처 실무자로 구성된 ‘북한실무그룹’을 만들어 북한의 불법자금 실태를 파헤쳤습니다.

그 결과 김정일 위원장은 무기판매, 위조 달러, 마약 밀수, 조총련 자금 등 3-4개의 돈줄을 통해 연간 3-5억 달러의 자금을 조성하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한 예로, 북한은 80-90년대 이란과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국가에 미사일을 판매해 10억 달러의 외화를 벌었다고 북한실무그룹은 밝혔습니다.

북한은 또 ‘수퍼 노트’로 불리는 100 달러짜리 초정밀 위조지폐를 만들어 유통시켰습니다.

미 사법당국이 90년대 적발한 수퍼 노트만도 4천5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렇게 조성한 돈을 이철 스위스주재 북한대사를 시켜 스위스 은행에 감춰놨다고 홍순경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홍순경] “원래 스위스 은행이 비밀을 잘 지켜준다고 해서… 이철 대사가 기본이죠. 북한 내부에서도 40-45억 달러를 비자금으로 갖고 있다는 얘기가 많았죠.”

통상적으로 북한 외교관들은 2-3년에 한 번씩 임지를 바꿉니다, 그러나 이철은 지난 1988년 스위스 대사로 임명된 뒤 22년간 제네바에 머물다가 2010년에 평양으로 귀국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렇게 모은 자금으로 독일제 벤츠 자동차와 일제 가전제품, 값비싼 양주 등을 구입해 군부 장성들과 노동당 간부들에게 하사하면서 권력기반을 다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의 말입니다.

[녹취:안찬일] “비자금에서 쓴다고 볼 수밖에 없죠. 김정일의 선물정치, 시계, 향수, 보석까지 이런 선물정치에 사용되는 것은 전적으로 김정일 개인금고에서 나오는데, 비자금이죠.”

실제로 북한실무그룹은 김정일 위원장이 프랑스산 고급 양주인 코냑을 사느라 한 해 72만 달러를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당국자들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돈으로 사치품을 수입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데이비드 코언 차관입니다.

[녹취: 코언 차관] "One of the tragedy is that North Koera leadership…"

북한 주민들은 식량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지도자는 값비싼 사치품을 수입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유엔 안보리는 물론 미국과 유럽은 북한의 비자금 관련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10년 8월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을 제재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유럽연합도 비자금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일춘 노동당 39호실 실장을 제재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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