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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중국 통한 북한 문제 해결, 비현실적"


지난 13일 중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북한 문제 등을 논의했다.
지난 13일 중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북한 문제 등을 논의했다.
미국의 바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대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유미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 17일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유일한 나라는 중국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과거와 다른 접근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케리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12일부터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을 차례로 순방한 뒤 나온 것입니다.

북한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에 거는 미국의 기대는 케리 장관의 방문에 뒤이은 미-중 간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더욱 커지는 양상입니다.

지난 주에는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과 윌리엄 번즈 국무부 부장관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하고, 중국 측에서는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가 워싱턴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내 전문가들은 중국이 압력을 행사해 북한을 변화시키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라고 지적합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윤 선 연구원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평가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인정하지만, 미국이 생각하는 만큼 강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윤 선 연구원은 특히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사용할 의지와 어느 정도 사용할 것인가는 미국의 압력이 아니라 중국에 판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데니 로이 미 하와이대 동서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을 길들이는 데 중국이 중요하다는 논의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며, 지나친 기대를 경계했습니다.

[녹취: 데니 로이 박사] “First of all the importance of China in disciplining…”

미국의 새 국무장관 체제에서 중국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지만 북한 문제 해결에 중국이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주장은 10년 넘게 계속돼 왔으며, 중국은 지금까지 이를 부인해 왔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2094호 채택을 지지하고, 북한에 대해 자체적인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을 근거로 중국이 과거와 다른 대북정책을 취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최근 북한과의 주요 무역 창구에서 화물통관 검사를 강화하고,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중국 내 북한 은행들의 미인가 영업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어떤 조짐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외교협회(CFR) 스콧 스나이더 선임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녹취: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I think that is seasonal…there are several….”

중국이 미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북한을 압박할 것으로 기대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브루킹스의 윤 선 연구원도 중국이 최근 취한 조치들은 정책을 약간 조정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윤 선 연구원]”China took the position to show its displeasure…”

중국이 북한의 행동에 대해 불쾌감을 전달한 수준이지, 대북정책의 우선순위를 근본적으로 변경한 것을 보여주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 2기의 대북정책이 중국의 역할에 대한 의존을 높이는 것은 비효과적이며, 현실적이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앞서 케리 장관은 새로운 대북정책을 `전략적 비인내 (strategic impatience)’로 표현하며, 과거의 대북정책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점과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했습니다.

데니 로이 연구원은 중국 역할론의 측면에서 오바마 행정부 2기 역시 1기 때와 동일한 문제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이 연구원]”Chinese unwillingness to push so hard that it would…”

중국은 북한에 압력을 너무 가해 북한 정권이 붕괴하고 그로 인해 역내 불안정이 야기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따라서 중국의 근본적인 정책이 현재의 교착상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고든 창 씨 역시 중국을 통해 북한 문제 해결을 바라는 것은 ‘희망적인 생각’ 이상으로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고든 창 씨] “Not even what the Chinese are saying to us….”

미국은 중국이 변하기를 기대하고 바라지만, 중요한 것은 중국의 말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고든 창 씨는 미국은 그동안 10년 넘게 중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했지만 중국의 근본적인 대북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미국은 중국이 정책 변화를 행동으로 보이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유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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