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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북한 위장취재 논란


논란이 된 BBC 북한 잠입취재 다큐가 15일 BBC 웹사이트에 게재되었다.
논란이 된 BBC 북한 잠입취재 다큐가 15일 BBC 웹사이트에 게재되었다.
영국의 `BBC 방송' 기자가 신분을 속이고 북한에 잠입취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BBC는 공익을 내세워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취재 윤리를 어겼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의 런던정경대학교 학생들은 지난 달 23일부터 30일까지 북한에 머물렀습니다.

BBC가 학교 측에 제안해 이뤄진 학술연구 방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일행 중에는 BBC 탐사보도 기자인 존 스위니 등 취재진 3 명이 숨어있었습니다.

‘북한 잠입취재’라는 다큐멘터리를 몰래 촬영하기 위해 대학원생으로 신분을 감춘 겁니다.

기자와 학생들 모두 영국에 돌아왔지만 뒤늦게 잠입취재 사실이 알려지자 BBC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취재를 위해 학생들을 방패로 이용했다는 주장입니다.

런던정경대학교 학생회 알렉스 피터스데이 사무국장은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BBC가 무모하고 윤리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일을 저질렀다고 비난했습니다.

[녹취: 알렉스 피터스데이 사무국장] “I think it was entirely reckless…”

북한에서 신분을 위장해 입국허가를 받은 게 드러나면 벌금형 또는 징역형을 받습니다. 북한법 전문가인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법과대학원 노정호 교수의 설명입니다.

[녹취: 노정호 교수] “그 사람들이 아직도 북한 영토 내에 있다면 북한 형법 상에 반국가행위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북한 입장에선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하나의 행위로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에…”

런던정경대 측은 만약 북한 당국이 이 같은 사실을 알아챘다면 학생들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을 수 있었다며, 15일로 예정됐던 프로그램 방영을 취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스위니 기자는 사전에 학생들에게 기자가 동행한다는 사실과 잠재적 위험에 대해 알렸다고 해명했습니다.

[녹취: 존 스위니 기자] “There was no trouble on the trip…”

BBC도 성명을 통해 북한 내부 실상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공익적 측면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언론학자들은 다른 수단으로는 도저히 정보를 얻을 수 없을 때 사용하는 최후의 보루가 잠입취재라면서, 그 정당성을 딱 잘라 평가하긴 어렵다고 말합니다. 미국 콜로라도대학 신문방송학과 김헌식 교수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헌식 교수] “언론윤리 측면에선 상당히 의문시되는 부분이 있지만 북한에서 나오는 뉴스 자체가 북한이 일방적으로 내보내는 선전 필름을 제외하고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게 거의 없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이뤄진 거라면 BBC 쪽의 말 못할 고민도 이해를 해줘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도 BBC가 잠입취재라는 최후 수단을 선택하기에 앞서 다른 모든 적법한 시도를 했음을 입증하지 못한 건 아쉬운 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입국이 엄격히 제한된 해외 취재진들에게 북한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입니다.

그래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방북을 시도해 보지만 기자 신분이 늘 걸림돌입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 여행사 ‘우리투어’의 존 댄츨러울프 실장입니다.

[녹취: 존 댄츨러울프 실장] “We do have people who sometimes asked us…”

관광객으로 위장해 북한에 잠입하려는 기자들의 문의를 받을 때가 있지만 이는 여행사 존폐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북한 여행 전문업체 대표도 관광객을 모집할 때마다 기자들의 문의가 쇄도해 애를 먹는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BBC는 학교 측의 방영 취소 요구에도 15일 저녁 예정대로 ‘북한 잠입취재’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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