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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2008년 남북경색 이후 큰 영향 받아


북한은 8일 김양건 노동당 대남 담당 비서의 담화를 통해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던 우리 종업원들을 전부 철수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006년 11월 개성공단 의류업체의 북한 여성근로자.
북한은 8일 김양건 노동당 대남 담당 비서의 담화를 통해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던 우리 종업원들을 전부 철수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006년 11월 개성공단 의류업체의 북한 여성근로자.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와 경제협력의 상징적인 사업으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개성공단은 지난 2000년 8월, 한국의 현대아산과 북한의 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가 개발을 합의하면서 시작됐습니다.

2003년 6월에 1단계 건설 착공식이 열렸고, 2004년에 15개 한국 기업이 1차로 입주해 12월에는 첫 제품이 생산됐습니다.

[녹취: 방송 보도]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진 첫 스테인레스 냄비가 오늘 저녁 우리 밥상에도 올랐습니다. 남한의 자본과 북측의 노동력이 손 잡고 만들어낸 첫 결실입니다”

2006년 11월에는 북한 근로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섰고, 1년 뒤에는 2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또 2007년 1월에 총생산액 1억 달러를 돌파했고, 9개월 만에 2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순조롭게 자리를 잡아 나갔습니다.

그러나 2008년 2월, 한국에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해 3월 북한은 개성공단 내 남측 당국 인원의 철수를 요구했습니다. 현인택 당시 한국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북 핵 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사업을 확대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을 빌미로 삼았습니다. 당시 김호년 한국 통일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녹취:김호년 대변인] “공식적 입장을 문건으로 통보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북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우리 측에 거듭 철수를 요청했습니다."

결국 남북교류협력협회 사무소에 상주하던 한국 당국자 11명 전원이 철수했습니다.

북한은 6월에는 한국이 3통, 즉 통신, 통관, 통행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공단에서 남측으로의 인력·물자 통행시간 제한을 통보했습니다. 이어 10월에는 대북 전단 살포가 개성공단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여갔습니다.

급기야 군사분계선을 통한 모든 육로 통행을 엄격히 제한, 차단한다는 이른바 ‘12·1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녹취:조선중앙TV] “남조선 당국은 현 북-남 관계가 전면 차단이라는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 측 개성공단 상주 체류인원이 제한되고 남북 간 육로 통행시간과 인원이 축소됐습니다.

이 조치는 다음 해 9월 1일 해제됐지만, 그 사이에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은 생산 활동에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북한은 2009년 3월에는 연례 미-한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을 빌미로 세 차례에 걸쳐 육로통행을 차단했고, 개성공단에 근무하던 유모 씨를 탈북책동 혐의로 장기간 억류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2010년 3월 발생한 한국 해군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개성공단은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한국 정부가 5.24 대북 제재 조치를 통해 남북교역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이명박 대통령]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고귀한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 상황에서 더 이상의 교류 협력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이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생산 활동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새로운 투자나 투자 확대는 전면 금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빠른 속도로 성장하던 개성공단은 정체 상태에 빠졌습니다.

2007년 65개에 달한 입주기업이 2009년 1백17 개 등으로 빠르게 늘었지만, 2011년 4월에 123개를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단 1개도 늘지 않고 있습니다.

또 북한 근로자도 2007년에 2만 명을 돌파한 후 2년 만인 2009년에는 4만 명을 넘어섰지만, 이후 증가 속도가 크게 둔화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개성공단의 생산액은 전년도 보다 17% 증가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박근혜 새 정부가 인수위 시절에 5.24 조치 완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달 30일 공단을 폐쇄할 수도 있다고 위협한 데 이어 8일에는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를 전원 철수하고 가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개성공단은 가동 9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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