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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개성공단 폐쇄 시 북한 피해 더 클 것"


북한이 개성공단 출경을 불허하는 등 남북 긴장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4일 오전 판문점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이 안개에 싸여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 출경을 불허하는 등 남북 긴장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4일 오전 판문점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이 안개에 싸여 있다.
남북한 교류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또 다시 중대한 위기에 처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단이 폐쇄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북한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 달 27일 남북 군사당국 간 통신선을 차단한 데 이어 30일에는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이어 나흘 만인 3일에는 한국 근로자들이 공단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위협 수단으로 삼은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다른 대남, 대미 위협들과 맞물려 있어 실제 폐쇄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남북한 모두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123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8억 달러가 넘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됩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달 30일 개성공단 폐쇄를 위협하면서 한국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 TV] “개성공업지구 사업에 남반부 중소기업들의 생계가 달려 있고, 공업지구를 당장 폐쇄하면 그들의 기업이 파산되고 실업자로 전달될 처지를 고려하여 극력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공단 기반시설 조성에 투입한 돈과 기업들의 시설투자비, 그리고 협력업체 피해까지 합치면 총 손실액은 5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밖에도 한국은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을 억제하는 수단을 잃게 되고, 대외 신인도 면에서도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의 스테판 해거든 교수는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시설과 설비를 투자한 한국이 피해 금액 면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으로 타격을 받는 것은 북한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경제에서 개성공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미미하지만, 전체 무역 규모가 60억 달러 정도에 불과한 북한에게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연간 9천만 달러 정도의 현금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해거드 교수는 그 동안 개성공단에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북한이 공단을 폐쇄하지 못했던 중요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또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5만 4천여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이들의 가족까지 합치면 20만 명 이상의 북한 주민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 개성공단이 사라지면 북한은 한국 기업들로부터 새로운 기술이나 경영기법 등을 배울 기회도 잃게 됩니다.

해거드 교수는 핵무장과 함께 경제발전을 중요한 목표로 채택한 북한에 개성공단 폐쇄 같은 위협 조치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로 엇갈리는 조치들은 해외 투자자들의 북한에 대한 투자를 가로막을 뿐아니라, 북한 국내시장에서 쌀값과 환율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 하버드대학 벨퍼센터의 존 박 연구원은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더라도 일반 북한 주민들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개성공단 내 북한 근로자들은 모두 북한 당국이 신중하게 선택한 사람들이며, 따라서 일반 주민들이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존 박 연구원은 북한 정권이 개성공단 폐쇄를 위협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득 보다는 정치적 고려를 우선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동안 북한이 정권 유지를 위해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미국 달러화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는데, 개성공단을 위협수단으로 들고 나온 것을 보면 정치적 필요가 더 우선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존 박 연구원은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 정권이나 군부가 더 이상 한국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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