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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북한 핵 위협은 엄포용…미국 타격 미사일 능력 없어"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자료사진)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자료사진)

북한의 핵 타격 위협은 엄포용에 불과하다고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이 밝혔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어제 (19일) ‘VOA’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이 자살 행위를 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역량을 아직 갖추지 못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중국의 대북정책 전환 움직임과 관련해선, 중국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는 중이긴 하지만 극단적인 경제제재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게 봤습니다. 지난 2009년 1월부터 백악관에서 북한 문제를 담당했던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최근 미국 하버드대 ‘벨퍼 국제관계연구소’ 소장에 부임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정전협정 무효를 주장하면서 서울과 워싱턴에 대한 핵 타격까지 거론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위협지수를 계속 끌어올리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세이모어) 북한이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하겠다는 위협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럴 경우 북한이 완전히 파괴될 것이란 사실을 북한 지도부 스스로 잘 알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자살 행위를 택하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북한의 핵 위협은 허풍(bluster)에 불과합니다. 제가 우려하는 건 다른 방식의 군사 도발입니다. 연평도 공격과 비슷한 행동을 해서 한국이 보복에 나서는 그런 상황 말입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군사 도발에 단호히 맞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분명히 위험한 상황입니다만, 핵 타격과 관련된 위험은 아닙니다.

기자) 하지만 한국에선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세이모어) 한국이 핵 개발에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핵 국가인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우 강력한 핵우산이 한국을 잘 보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립적인 핵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일부 한국민들의 생각을 이해합니다. 만약 미-한 군사동맹이 약화될 조짐을 보인다면 그런 주장은 더욱 힘을 받겠죠. 현재 미국은 아시아에서 군사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만, 장기적으로 미군 철수가 시작돼 한국 방위 공약에 의문이 생긴다면 한국 뿐아니라 일본에서도 자체 핵 능력 보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겁니다.

기자)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미국에 닿을 수 있는 것으로 보는 미 당국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일리 있는 평가입니까?

세이모어) 북한은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핵 능력을 갖추길 원하지만 아직 그런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북한이 안정적인 장거리 로켓 발사 능력을 여태껏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로켓 발사 시험을 여러 번 했지만 단 한 차례만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고, 그나마 대기권 재진입 시험은 한 적이 없습니다. 탄두가 엄청난 압력과 진동, 열을 견디는 기술을 개발하려면 많은 시험과 연구가 뒤따라야 하는데 북한은 현재 그런 역량이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으로선 북한의 그런 목표가 우려스럽기 때문에 미 서부에 미사일 방어망을 강화하는 겁니다.

기자) 알래스카 등에 요격미사일을 추가배치하는 것으로 북한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까요?

세이모어) 그렇습니다. 미국은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등 서부 해안에 미사일 방어망을 강화하는 목적을 분명히 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공격을 가해 올 경우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라고 말입니다.

기자) 지난 달 서울에서 북한이 폐쇄체제인데다 중국의 보호까지 받고 있어 제재를 가하기가 힘들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이번에 유엔이 채택한 제재 결의안과 미국의 독자적 제재도 잘 안 먹힐 걸로 보시는 건가요?

세이모어) 과거 북한은 매우 예측가능한 행태를 보였습니다.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 핵실험, 그리고 유엔 안보리의 제재가 가해지면 다시 협상 기회를 모색하는 식이었죠. 2006년과 2009년 바로 이런 과정을 반복했는데, 당시는 김정일 체제였습니다. 문제는 과연 김정은이 아버지의 방식을 답습해 당분간이라도 평화공세를 취할 것인지, 아니면 긴장과 압박 강도를 높여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인지입니다. 저는 그에 대한 대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만, 주의깊게 봐야 할 부분입니다.

기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는 말씀이군요.

세이모어) 그렇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지금 북한에 화가 많이 나 있다는 강한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의 조언을 무시하고 로켓 시험과 핵실험을 강행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또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면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습니다. 원유와 식량 공급, 무역 중단 등의 수단을 통해서 말입니다. 과거에 중국이 북한에 대한 불만 표시로 사용했던 방법이기도 하죠.

기자) 중국이 바로 그런 카드를 다시 내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국 내 북한 은행의 불법 영업을 금지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거든요. 지난 주 오바마 대통령 발언처럼 중국이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는 걸까요?

세이모어) 중국은 상충되는 이해를 늘 잘 조정해 왔습니다. 한편으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원하고, 무엇보다도 충돌을 막으려고 합니다. 한반도가 자칫 친미 성향의 통일국가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중국은 다른 한편으론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매우 우려합니다. 미국이 역내 군사력을 증강하면서 한국, 일본과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수순을 밟는 게 걱정인 거죠. 따라서 중국은 끊임없이 정책을 재조정합니다.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압박하기도 하고, 어떨 땐 외교 활동 재개를 지지하기도 하죠. 저는 중국이 지금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단계라고 봅니다. 하지만 중국이 조만간 6자회담 재개 노력을 기울여도 놀랄 게 없습니다.

기자) 이번에도 중국의 압박엔 한계가 있을 거라는 뜻이군요.

세이모어) 중국의 태도가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그리고 앞으론 북한의 행동에 달렸구요. 중국은 북한이 부당하고 경솔하게 여겨지는 추가 도발을 할 경우 제재 등의 위협을 가할 겁니다. 반대로 북한이 정전협정을 받아들이고 협상을 제안한다면 중국이 경제 제재 조치 등을 취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기자) 북한의 지난 달 핵실험 당시 이란 핵 전문가가 참관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두 나라 간 핵 공조 가능성에 대해선 어떤 판단을 하고 계시는지요?

세이모어) 저는 그런 가능성을 뒷받침할만한 어떤 증거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두 나라의 오랜 미사일 협력관계를 고려할 때 우려사안임에는 틀림없지만, 핵 협력 여부는 알지 못합니다.

기자) 하지만 북한 핵이 이란과 같은 나라로 흘러들어갈 위험이 커진다면 미국의 대북정책이 좀더 강경한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닐까요?

세이모어) 미국 행정부는 북한 핵무기나 핵물질이 다른 국가로 이전되는 걸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해 왔습니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주 연설에서 북한이 핵무기나 핵 물질을 이전할 경우 책임을 지게 될 것이란 점을 지적했습니다. 미국이 이런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김정은이 이해하길 바랍니다.

기자) 방금 ‘핵 이전’이라는 표현을 쓰셨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존 케리 국무장관도 북한의 핵실험이 ‘확산’의 문제라고 했구요. 미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이제 비핵화 보다는 비확산, 그러니까 상황 관리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겁니까?

세이모어) 북한의 비핵화가 가까운 미래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된 거죠. 제재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구요. 여기에 늘 속임수를 쓰고 합의를 어겨온 북한과의 외교는 좌절에 부딪혀 왔습니다. 그렇다고 북한의 핵 시설을 직접 공격해 한반도에서 충돌을 촉발시킬 수도 없구요. 따라서 아시아와 미국에서 아무도 북한의 비핵화가 조만간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도닐런 보좌관의 말처럼 미국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계속 추진하고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겁니다.

기자) 하지만 그런 정책이 과연 현실적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세이모어) 북한의 현 지도부 아래서 비핵화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습니다. 혹은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북한이 붕괴될 경우에만 그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논쟁도 있구요. 어느 쪽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미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미-북 관계 개선은 북한의 핵 포기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은 적어도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이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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