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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대미 협상력 높이려는 의도"


12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가운데, 한국 서울의 주한미국대사관 주변에서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기 위해 열린 시위.
12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가운데, 한국 서울의 주한미국대사관 주변에서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기 위해 열린 시위.
한국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이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가의 권력 재편 과정에서 핵 보유국 지위를 확보해 협상력을 키우려는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해 12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핵 실험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과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핵 보유국 지위를 확보해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지난 4일 국회 외통위 보고 내용입니다.

[녹취: 통일부 류우익 장관]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의 성공을 토대로 핵 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는 핵보유국을 전제로 핵 군축이나 평화협상을 추진하는 한편…”

북한이 바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에 임박해 핵 실험을 단행한 것도 미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한국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번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판단할 경우, 대외적으로 더욱 고압적으로 나올 수 있다며 6자회담을 군축회담으로 바꾸고,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협정으로 변경하자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이번 핵실험이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을 압박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화여대 북한학과 조동호 교수입니다.

[녹취: 조동호 교수] “북한은 오바마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전 핵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대북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게 나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선 지난 5년의 강경한 대북정책이 아닌 좀 더 유화적이고 북한 친화적인 대북 정책이 만들어지도록 영향력을 미치고자 하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내부적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나흘 앞두고 핵 실험을 실시했다는 점에서, 체제 선전과 내부 결속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인 핵 보유국의 업적을 과시함으로써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북한은 이번 3차 핵실험을 앞두고 당과 국가기관의 회의를 잇따라 열며 위기 국면에도 정치 체제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급격히 얼어붙을 전망입니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만큼, 과거보다 제재 내용과 수위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외교통상부 김성환 장관의 지난 4일 국회 답변 내용입니다.

[녹취: 김성환 장관] “북핵 실험이 이뤄지면 이미 유엔에서 조치를 취하기로 했기 때문에 조치의 내용을 결정하는 것을 한국정부가 주도해나갈 것입니다. 안보리 결의를 토대로 금융제재, 의심화물 선박에 대한 검색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한국 박근혜 정부에서의 남북 관계도 한동안 표류할 가능성이 큽니다.

박 당선인은 그동안 북한의 핵무장을 용납할 수 없으며,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해왔습니다.

지난 4일 북핵 관련 인수위 긴급 보고에 참석한 박 당선인의 발언입니다.

[녹취:박근혜 당선인] “북한의 도발이나 잘못된 행동이라든가 이런 데 대해서는 우리가 더욱 강하게,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고 북한은 이런 도발로 인해 결코 어떤 것도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되고..."

이에 따라 한국 새 정부 출범 이후 기대됐던 5.24 대북 제재 조치의 완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도 당분간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국제사회와 한국 정부의 단호한 대북 조치에 북한이 추가 도발로 맞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추가로 핵실험을 실시하거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또는 북방한계선(NLL) 등지에서의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정 기간 제재 국면이 지나면 중국 정부의 중재로 대화와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됩니다. 성신여대 김흥규 교수입니다.

[녹취: 김흥규 교수]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 해도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은 한반도 안정을 가장 중시해왔고 북한 정권의 유지를 북 핵보다도 더 중시해왔습니다. 중국이 핵실험에 강한 반대를 표명했지만 일정 시점이 지나면 결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북한도 판단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북한이 원하는 대내외적인 이득을 과연 달성할 수 있을 지, 아니면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에 부딪혀 더 많은 손실을 입게 될 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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