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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4. 2013년 북한 – '미북관계, 냉각 속 대화 모색'


지난달 12일 필리핀 마닐라의 기자회견장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밝히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오른쪽).
지난달 12일 필리핀 마닐라의 기자회견장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밝히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오른쪽).
저희 VOA는 2013년 북한 정세를 분야별로 전망해 보는 신년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미국과 북한 관계를 전망해 보겠습니다. 백성원 기자 나와있습니다.

진행자) 미-북 관계 전망, 쉬운 일은 아닌데요. 워낙 변수가 많지 않습니까?

기자) 예. 어렵습니다. 그래도 결정적인 변수 2가지는 가닥이 잡혔죠? 바로 한달 반 간격으로 진행된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 선거인데요. 양국 차기 대통령이 결정된 만큼 내부의 중요한 변수는 방향이 잡혔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외에도 미-북 관계를 좌우할 요소들이 적지 않지만 말이죠.

진행자) 일단 오바마 대통령이 계속 미국 행정부를 이끌게 됐는데요. 대북정책이 당장 크게 달라질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기자)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진 않겠지만 그 속에서 대북 접근도 시도할 것이다, 그런 전망도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직후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줬는지 되돌아 보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들어보시죠.

[녹취: 오바마 대통령] “The leadership of North Korea, I’ve offered a choice. Let go of your nuclear weapons and choose the path of peace…”

진행자) 중요한 말이 여기 다 들어 있는 것 같네요.

기자) 그렇죠? 핵심 단어만 뽑아보면 ‘선택’, ‘핵무기’, ‘평화와 진전’, ‘내민 손’, 이렇게 이어집니다. 핵무기를 포기하라, 그리고 평화와 진전의 길을 택하라, 그러면 미국이 내민 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013년 미국의 대북정책 출발점은 바로 여기가 될 겁니다.

진행자) 결국 북한 지도부가 냉혹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는 걸 강조한 것 같은데요.

기자) 북한 지도부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게 전제로 깔려있기도 하구요. 당분간 미-북 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는 겁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미국과 한국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이 그런 점에서 비슷할 것이다, 이런 예상을 했습니다.

[녹취: 스트로브 전 과장] “Fundamentally I think that President Park will pursue and approach very similar to President Obama’s…”

북한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 계획을 포기하는 쪽으로 움직이지 않는 한 대북 지원 등은 상당히 제한될 것이다, 그런 얘깁니다.

진행자)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1기 때와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는 거군요.

기자) 결국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압박과 제재에 집중할 것으로 보는 거죠. 대화나 외교는 그 뒤의 일이라는 거구요

진행자) 최근 미 국무부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런 신호를 보냈던 것 같네요.

기자) 실제로 그렇습니다. 지난달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 나온 북한 관련 발언을 다시 들춰봤는데요. 17일 “미국은 양자 혹은 다자적 수단을 통해 북한을 더욱 압박할 것이다”,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바로 나흘 전인 13일에도 역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역시 압박에 무게를 두고 있구요. 바로 전 날에도 북한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바마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미국의 대북 입장은 현재로선 상당히 단호하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아무래도 지난달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때문에 국무부 반응이 더 격앙됐던 측면도 있겠죠.

기자) 그게 일시적 반응은 아닌게요. 미국으로서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준이다, 그런 판단을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이 문제가 향후 대북정책의 중요한 설정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의 얘길 들어보시죠.

[녹취: 샤프 전 사령관] “It’s a country that is not going to reverse the methods that…”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오바마 행정부에 북한이 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노선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일깨워 줄 것이다, 그런 얘긴데요. 그러면서 더욱 단호한 정책을 주문하고 있구요. 또 한가지, 미국이 지금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제를 추진 중 아닙니까? 당연히 미-북 관계도 당분간 냉각될 것으로 보이구요.

진행자) 그렇다고 북한을 마냥 방치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기자) 그게 바로 미국의 고민입니다. 비확산 체제 유지를 중시하는 미국이 북한을 무시만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선 압박은 압박대로 하되, 북한을 어느 정도 관리하는 일종의 융통성을 보일 것이다, 그런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오바마 측근의 핵심 인사가 그런 말을 공식적으로 한 적이 있습니다. 미 대통령 선거 직전 제프리 베이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입니다.

[녹취: 베이더 전 보좌관] “The Obama administration would not be afraid of direct talks with North Korea leading to six-pary…”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 임기 때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겁니다.

진행자) 의미심장한 얘기긴 한데, 물론 아무 조건없이 그러겠다는 건 아니겠죠?

기자) 물론입니다. 북한이 먼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고,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조건으로 내걸렸습니다. 물론 이렇게 기준선은 제시하곤 있지만 북한과의 대화, 또 관계 진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 미국의 향후 대북정책, 여기서 변수가 하나 또 남습니다. 바로 미국의 차기 국무장관입니다.

진행자) 존 케리 상원의원 말인가요?

기자) 맞습니다. 차기 국무장관에 지명됐죠? 케리 의원, 북한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 개입’을 상당히 강조해 온 인물입니다. 2004년 미 대선에도 출마했었는데요. 그 때 필요하면 북한과 양자회담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지난 2011년 언론 기고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신중하고 견고했지만 적절하지 않았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역시 미국으로선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게 최선이라고도 했구요.

진행자) 오바마 행정부가 이어왔던 ‘전략적 인내’ 정책과는 온도차가 좀 있군요.

기자) 그리고 그 ‘전략적 인내’는 북한이 지난 4월에 이어 8개월만에 다시 로켓을 쏴 올리면서 적지않은 비판을 받고 있구요. 이런 시점에 케리 의원이 미 외교의 선장 역할을 맡을 경우 그동안 주장해온 북한 문제에 대한 적극적 개입이 현실화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케리가 무조건 대화파는 아니구요. 우선 미군 유해발굴 사업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거나 아이들에 대한 식량 지원 등에서 출발하자,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있습니다. 눈여겨 봐야 할 대목입니다.

진행자) 예. 압박과 대화 카드를 나란히 꺼내놓은 미국, 새해에 북한이 어떤 대응을 할지 관심이 갑니다. 2013년 미-북 관계 전망,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새해 북한 정세를 분야별로 전망해 보는 신년기획, 오늘로 모두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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