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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1년, 구호와 현실 큰 차이"


지난 2월 평양 거리에 내걸린 북한의 구호. (자료사진)

지난 2월 평양 거리에 내걸린 북한의 구호. (자료사진)

북한은 흔히 ‘구호와 교시의 왕국’이라고 불립니다. 이런 구호와 교시는 김정은 정권 출범 뒤에도 봇물을 이뤘는데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구호와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북한 지도부가 올해초 어떤 구호와 정책을 내놨는지 살펴볼까요?

기자)네, 북한은 올해초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2012년을 강성부흥의 전성기가 펼쳐지는 자랑찬 승리의 해로 빛내이자” 고 강조했습니다. 또 21세기 경제강국의 강력한 토대가 마련됐고 지식경제형 강국건설의 길에 들어섰다며 올해는 인민생활 향상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었습니다.

진행자) 결과는 어떤가요?

기자)인민의 살림살이는 더 어려워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특히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평양의 경우 쌀값이 이달 중순을 기준으로 킬로 당 6천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신의주는 7천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초 거래 가격인 2천 5백원과 비교하면 무려 2-3배가 오른 겁니다. 환율도 연초에는 3천원 선이었는데 지금은 미화 1달러에 8천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고 대북 매체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실망이 크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최고 지도자의 교시와 당국의 구호처럼 정부 예산이 인민 생활향상을 위해 투입된 게 아니라 우상화와 전시 행정에 대거 투입되면서 경제 개선의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진행자) 그 동안 어떤 교시와 구호들이 북한에서 나왔었죠?

기자)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4월 15일 열병식 연설에서 인민의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인민, 만난 시련을 이겨내며 당을 충직하게 받들어 온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입니다.”

하지만 김 제1위원장의 행보는 이 같은 구호와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기자) 민생을 돌보겠다는 말과 달리 군대 방문에 집중했고 경제 분야는 우선 순위에 들지 못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11월말 현재 142번의 현지 시찰을 했는데 군대가 50차례 이상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 분야는 32 차례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경제 지도는 산업 현장보다 평양의 유희장이나 상점, 식당 방문이 다수 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지난 여름 큰 물 피해 지역은 전혀 방문하지 않았지만 평양의 유희장은 여러 번 방문해 보이기식 행정에 치중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일부 경제 개선을 시도하려는 노력도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중도에 퇴색된 6.28방침, 장성택의 중국 방문과 경제협력 모색, 경제특구개발 등 일부 경제 개선 시도가 있었습니다만 이 역시 민생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지적입니다.
또 북-중 교역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수만 명의 해외 근로자 파견으로 재정 수입도 상당히 늘었지만 그 돈이 인민 생활 개선이 아닌 다른 곳에 쓰였다는 얘기입니다.

진행자) 어떤 분야에 집중됐다는 얘긴가요?

기자) 김정은의 권력강화와 우상화 사업, 평양의 전시 행정에 재정이 집중됐다는 겁니다. 평양에서는 30여개 유희장에 대한 크고 작은 보수 공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5일 창전거리의 인민극장, 릉라도의 곱등어관과 물놀이장, 유희장, 미니골프장, 류경원, 인민야외빙상장이 세워졌다고 전했습니다. 그 밖에 만수대 언덕에 세워진 높이 23 미터짜리 김 부자 동상, 영광호텔과 대동강 호텔 신축 공사, 문수 수영장 신축, 대동강 선상 식당, 바닷물을 50 킬로미터 끌어들인 해수 수영장, 10월에 완공된 양각도 체육촌 등 대동강 주변에 전시성 시설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이와는 별도로 금수산 태양궁전 공사 등 우상화 사업에만 1억 달러 이상을 사용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움직임에는 어떤 의도가 있는 건가요?

기자)뭔가를 이뤘다는 성과를 과시함으로써 취약한 김정은 체제의 결속을 다지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북한의 현실을 잘 몰라 화를 자초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측면에서 그렇다는 거죠?

기자) 북한군 기마중대를 근로자와 청소년을 위한 승마장으로 바꾸라는 지시가 좋은 예인데요. 승마는 선진국에서 조차 부유층들의 운동으로 알려져 있는데, 김 제1위원장이 그런 지시를 내린 것은 특권층과 주민들 사이의 큰 간극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겁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처조카로 한국에 망명한 뒤 북한 요원에 피살된 이일남 씨는 저서 ‘김정일의 로열패밀리’ 란 책에서 1호 가족은 북한 주민이 상상할 수 없는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호 가족과 주민들의 삶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거죠.

진행자)김정은 제1위원장의 행보에도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왜 그런 겁니까?

기자) 모랑봉악단이 좋은 예인데요. 김정은은 미국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미키마우스와 푸우 곰, 로키 등을 등장시킨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본 뒤 ‘모범적 혁신’ 이라며 대단히 만족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녹취: 모란봉악단 연주]

김정은은 하지만 얼마 뒤 부르주아 날라리풍이 확산될 수 있으니 청소년과 군인들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말라며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최근 전국 분주조장 회의에 보낸 축하문에서 불순 적대분자를 모조리 색출해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교시에서는 전국 어디에서나 바늘 떨어지는 소리라도 장악하라며 북-중 국경지역과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 같은데, 이런 상황이 계속될까요?

기자)전문가들의 전망이 약간씩 다른데요.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과 핵 개발, 우상화와 보여주기식 선전에 너무 많은 돈을 썼기 때문에 당장 주민들의 삶을 챙길 여유가 없을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우선 순위였던 권력 안정을 올해 어느정도 이룬만큼 내년에는 이를 기반으로 개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나이 어린 지도자의 좌충우돌 정치가 새해에도 계속될지, 아니면 일부의 기대처럼 변화를 시도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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