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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TV의 변신'...새 형식·코너 도입

  • 최원기

지난달 28일 북한 북한 조선중앙TV의 '8시 보도'. 과거와 달리 남녀 아나운서가 나란히 앉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북한 북한 조선중앙TV의 '8시 보도'. 과거와 달리 남녀 아나운서가 나란히 앉아 진행하고 있다.

북한 관영 TV가 해외 프로 축구를 방송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 언론의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방송과 신문에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조선중앙방송은 최근 해외 프로 축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했습니다.

조선중앙 방송은 지난달 28일 저녁 8시 뉴스 보도 뒤에 ‘국제 체육 소식’이라는 제목으로 해외 프로 축구를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28일 방영한 '국제체육소식'. 한국 출신 손홍민 선수의 골 장면을 다루고 있지만, 손 선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북한 조선중앙TV가 28일 방영한 '국제체육소식'. 한국 출신 손홍민 선수의 골 장면을 다루고 있지만, 손 선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조선중앙방송은 이 프로그램에서 지난 달 22일 독일 도르트문트와의 경기에서 선제골과 결승골을 터뜨린 한국 손흥민 선수의 활약상을 손흥민의 이름을 별도로 소개하지 않은 채 보도하는 등 독일과 러시아, 스페인 프로 축구 1부 리그 소식을 전했습니다.

북한이 TV를 통해 해외 프로축구를 소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조선중앙방송은 또 방송실을 새로 단장했습니다. 방송실 조명은 이전보다 훨씬 화사해졌으며 방송인 뒤쪽으로 대형 TV를 여러대 연결하기도 했습니다. 방송실 색깔 역시 하늘색에서 보다 현대적인 은색으로 꾸며졌습니다.

방송 진행자도 조선중앙방송의 간판 아나운서인 이춘희 대신 2,30대 젊은 남녀로 바뀌었습니다.

보도 형식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여자 방송인 한 명이 단순히 소식을 전달하던 것과 달리 남녀 방송인이 동시에 출연해 뉴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달 18일 1면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소식 대신 경제 뉴스를 게재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날 ‘일심단결의 위력으로 대고조 진군을 더욱 힘차게 다그치자’는 제목 아래 1면에 황해제철연합 기업소와 수력 발전소에 대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반면 외국 지도자가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보낸 축전 기사는 2면 상단에 배치했습니다.

북한 신문, 방송의 이같은 변화와 관련 한국 국민대학교의 정창현 교수는 북한 당국이 선전선동을 좀더 세련되게 하려는 것같다고 말합니다. 정창현 교수의 말입니다.

[녹취: 정창현 교수] “주민들이 보지 않는 방송과 신문이라면 문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이 신문과 방송을 좀더 가깝게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서 방송은 생방송을 확대하고 신문은 그날 중요한 사안을 1면에 올려서 신문을 읽게 하고…”

이같은 변화와 관련 과거 조선중앙방송에서 작가로 근무하다 1996년 탈북해 서울에 거주하는 장해성 씨는 김정은 정권 핵심부에서 모종의 지시가 내려온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해성] “북한은 당선전사업을 상당히 중시합니다.따라서 이 문제는 전적으로 최고 수뇌부에서 지시가 내려온 것이 틀림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 방송의 진행이나 노동신문의 편집이 다소 달라졌는지 몰라도 신문과 방송이 노동당의 선전선동 도구라는 본질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 기자회’의 벤자민 이스마일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의 말입니다.

[녹취: 벤자민 이스마일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CULT PERSONALITY…"

북한의 모든 선전매체는 최고 지도자의 위대성을 선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모든 기자와 방송인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시를 받습니다. 따라서 북한에서 객관적인 보도란 있을 수 없다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북한 방송은 또 최고 지도자를 찬양하고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1990년대 후반 수 십만 명이 굶어죽은 ‘고난의 행군’ 때도 정작 북한 언론에는 관련 기사가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에서는 내놓고 말은 못해도 기자와 방송인 사이에 노동당의 선전정책에 불만을 가진 언론인이 많다고 장해성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장해성] “북한 선전사업에 불만을 품고 말하다 여기(서울)에 온 것이거든요.과거 중앙방송 위원장을 했던 정하철도 당비서까지 올라갔다가 김정일의 미움을 받아 희생물이 됐고, 그런 사람이 부지기수에요. “

신문과 방송이 객관적인 소식을 전하지 않자 은밀히 떠도는 소문과 외부 방송에 귀를 기울이는 북한 주민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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