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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추석 표정..."고향 생각 간절"


지난 13일 추석을 앞두고 한국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고향을 북한에 두고온 실향민들을 위해 열린 망향제.

지난 13일 추석을 앞두고 한국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고향을 북한에 두고온 실향민들을 위해 열린 망향제.

한반도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앞둔 탈북자들의 표정은 각양각색입니다. 젊은 탈북자들은 인터넷 위성 서비스를 통해 고향 산천의 최근 모습을 찾아 보는가 하면 나이든 탈북자들은 휴전선 근처를 찾아 망향의 한을 달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추석 명절이 없는 미국의 탈북 난민들은 추석인지도 모른 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탈북자 사회의 표정을 살펴봤습니다.

[녹취: 탈북자 김 광] “어 북한 나왔다. 야 되게 깊이 간다. 엄청 가까이 가는데요.”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중인 탈북자 김 광 씨가 인터넷에서 열심히 고향의 모습을 찾고 있습니다. 한국 국토해양부가 27일 인터넷을 통해 북한 전역의 모습을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새 3차원 입체영상 지도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탈북자 김 광] “자연스럽게 옛날 생각이 들면서 고향생각도 나고 그러다 보니까 예전에 지냈던 고향 사람이라든가 친구들이라든가 거기서는 지금 사람들은 또 어떻게 살고 있을까? 또 추석은 어떻게 보낼까 예전에 추석 지냈던 생각도 나고.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찰나 였는데 그런 지도가 생겼다고 하니까 진짜 막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씨는 올 추석을 가로와 세로 1미터 까지 북한 지역을 비교적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이 지도 싸이트를 통해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태국주재 북한대사관의 과학기술참사관 출신인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에서 제일 놀라웠던 것은 추석을 맞아 고향에 가는 차량행렬이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홍순경 위원장] “사실 여기와서 제일 놀란 게 이런 명절이면 고향으로 간다고 그저 길이 메고 1천 만명 이상의 인구가 이동하는 것을 보면 참 부럽죠. 그런데 북한은 교통수단이 참 부족합니다. 그리고 자유로운 이동이 허용이 안되죠. 고향을 가자고 해도 여행증을 뗘야하고. 또 교통수단이 주로 기차 하나에 매달리는데 기차의 수송능력이 아주 제한돼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움직일 수도 없어요.”

고속도로마다 고향으로 향하는 차량행렬이 끊이지 않고 비행기와 열차 표가 매진이 되는 한국의 역동적인 모습과 북한은 너무 큰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탈북 젊은이들이 주로 인터넷 등을 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면 나이가 든 탈북자들은 북한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을 찾아 망향의 한을 달랩니다. 북한 교원 출신인 탈북자 리 숙 씨는 올해도 휴전선 인근 통일촌을 찾을 예정입니다.

[녹취: 탈북자 리 숙] “더 말할 게 있습니까? 남편도 거기 묘지가 있고 어머니 아부지 묘지도 다 거기 있는데. 저는 그저 통일촌에 북한이 바라보이는 거기에 가서 고저 기도나 하고 오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왜 우리는 한 민족인데 이렇게 가 보지도 못하고. 세계 다 댕기는데 가깝고도 먼 나라가 바로 북한이 아닌가 하고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많은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부지런히 살며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도 하고 있지만 명절 때가 되면 더욱 고향 생각이 간절합니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자유북한방송의 김성민 대표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탈북자들의 마음을 시로 표현합니다.

[녹취: 김성민 대표] “-떠나던 나를 위해 아무도 울어준 이 없는 곳이 고향입니다. 하지만 그 곳은 내가 나서 첫 걸음 익힌 곳 못 다한 나의 사랑일 수 있습니다. 우리 탈북자들이 고향을 떠날 때 고향만 떠나는 게 아니라 지금 껏 살아온 자신들의 모든 것을 놓고 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배웠던 모든 것 그리고 내가 누렸던 삶 전체를 놓고 오는 슬픔을 겪고 오는 사람들이 탈북자들입니다.”

일부 탈북자들은 과거와 달리 이번 명절은 더 우울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북-중 국경지역의 경비와 북한 내 탈북자 가족들에 대한 박해가 강화됐기 때문입니다.

명절이 되면 북한의 가족에게 돈을 송금하던 일부 탈북자들도 우울하긴 마찬가집니다.

한국의 대북민간단체인 북한인권개선모임의 김희태 사무국장은 북-중 국경지역의 경비 강화때문에 송금 사정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희태 국장] “(상황이) 힘들어 진 것은 맞습니다. 국경강화가 대단히 심해졌기 때문에 예전처럼 그렇게 쉽게 들락날락 다니던 사람들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예전에는 소위 공식적으로 화교란 장사꾼을 통해 송금을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비공식적으로 탈북하는 과정, 그러니까 그 쪽 브로커들이 국경수비대에 허락을 받고 전문적으로 와서 물건도 돈도 가져가고 국경수비대에 돈과 담배를 주는 이런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사람들이 너무 줄어든 거죠. 왜냐하면 국경수비대에 주는 액수도 커졌기 때문에 어설프게 작게 사업하는 사람은 지금 못하는 거구요”

김희태 국장은 과거 탈북자가 미화 1천 달러, 중국돈6천 3백 위안을 북한의 가족에 보낼 경우 중개인들은 송금료로 적어도 2천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액수에 불과할 뿐 북한의 가족들이 받는 실질적인 금액은 송금액의 20-30 퍼센트가 채 되지 않으며, 최근에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리 숙 씨는 자신도 송금 사기의 피해자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 숙] “자식도 있고 형제도 있고 해서 (돈을) 붙여야 되겠는데 요즘은 부칠 형편이 못 되고. 과거에는 (중개인들이) 조금 (가족에게) 주고도 얼마 받았다 해라 이렇게 북한의 사람들이 거짓말을 해 가지고 5대 5로 떼고 70 프로도 떼고 어떤 때는 다 떼어 먹는 것도 있고. 사기 당한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저도 그 사이 많은 사기를 당했는데. 탈북자들이 이렇게 저렇게 돈을 사방에서 떼이고 있습니다.”

한국 내 탈북자들이 이렇게 각양각색으로 추석을 맞이하고 있지만 미국의 많은 탈북 난민들은 추석의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미국의 달력에는 추석 명절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미 중서부의 일본식당에서 스시맨으로 일하는 브라이언 씨는 추석이 언제인지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이언 씨] “추석에 일해야죠. 여기 직장 다니는 사람이 추석이 어디있어요. 아 고향에는 가고 싶죠. 그 건 한가한 사람들이나 하는 생각이고. 웃음 명절 때 노는 사람들이나 그런 생각하죠. 나는 명절 때 놀지 못해요. 바쁘게 일하다 보니까. 지금 말씀해 주시는까 추석이구나 하고 알지 몰라요. 추석이 언제인지도.”

브라이언 씨는 그러나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세계 어디의 탈북자나 같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고향에 선물을 들고 찾아 갈 날을 늘 꿈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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