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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방북 일 언론인 “김정은 정권 키워드는 지식경제”

  • 최원기

24일 평양 거리 풍경.

24일 평양 거리 풍경.

북한 김정은 정권이 선군정치에서 탈피해 경제를 우선시 하는 ‘선경정치’로 선회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방북한 일본의 언론인이 말했습니다. 최근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일본의 ‘주간 동양경제’의 후쿠다 게이스케 부편집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후쿠다 게이스케씨를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후쿠다 게이스케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게이스케 부편집장) 네 안녕하십니까.

기자) 먼저 자기 자신을 좀 소개해주시죠.

일본 ‘주간 동양경제’의 후쿠다 게이스케 부편집장.

일본 ‘주간 동양경제’의 후쿠다 게이스케 부편집장.

게이스케 부편집장) 전 일본의 경제잡지인 ‘주간 동양경제’에서 부편집장을 맡고 있고, 오래 전부터 북한에 관심이 많아 북한에 관한 책도 쓴 적이 있습니다. 제목은 ‘김정일과 북한 문제’입니다.

기자) 최근 북한에 다녀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언제 어디를 방문하셨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게이스케 부편집장) 9월 8일부터 15일까지 방문했습니다. 이번이 저에게는 두 번째 방문이며 14년 만에 갔다 왔습니다. 방문한 장소는 만경대, 만수대와 같은 외국인이 자주 방문하는 장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재개발로 유명한 창전거리도 지났고 올해 오픈한 릉라도 유원지도 좀 봤습니다. 그리고 요번에는 일본의 식민지 시대에 북한 땅에 남아 있는 일본인 묘지도 방문했고, 경제 전문가와 외무부의 일본인 연구원도 면담을 했습니다.

기자) 북한에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지 이제 10개월이 됐는데요, 과거 김정일 시대와 비교할때 어떤 점을 변화로 꼽을 수 있겠습니까?

게이스케 부편집장) 제가 전에 방문했을 때는 1998년 2월,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였습니다. 그 때는 식사가 있긴 있었는데 재료도 질이 안 좋고 양도 너무 부족했습니다. 길가에서도 너무 어두웠고 그랬는데 그 때 기억이나 경험한 걸 다 버려야 하나란 생각이 들 정도의 변화를 느꼈습니다. 식사도 일본에서 먹는 것과 다름 없이 풍부하고, 맛있고, 또 너무 밝아진 분위기였습니다. 버스나 전차도 흔히 운영 되었고요, 사람들 표정도 밝았습니다. 밤이 와도 아파트에서 보이는 불도 나름대로 밝아졌다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자) 외부에서는 북한의 경제개혁에 대해서 관심이 많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북측이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게이스케 부편집장) 요번엔 북한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의 리기성 교수님과 만난 기회가 있었습니다. 리 교수님으로부터 희천발전소라던가, 희천 연하연합기업소등 기업 이름이나 시설을 언급하는 발언도 흔히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식경제로 향하다" "세계에 향하다"란 개방적인 단어가 자주 나왔고, 그것이 키워드구나, 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세계로 향하자, 대외경제관계도 잘 해야 한다는 발언도 하기는 했지만 이른바 개혁, 개방이란 단어는 기피하는 발언도 나와 좀 재미 있었습니다.

기자) ‘세계를 향하다,’ 또는 ‘지식경제를 향하다,’ 이런 말이 많이 나왔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이것을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를 하고 있습니까?

게이스케 부편집장) 지식으로 경제를 세운다는 흐름이 세계적이기 때문에 북한도 그것에 따라 나름대로, 이른바 ‘우리 식으로 경제를 세워서 경제 발전을 향하자,’ 그런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그동안 김정일 위원장은 선군정치를 내세웠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은 선경정치, 경제를 중시하는 정치로 바꾸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게이스케 부편집장) 선군이라는 말 자체는 아마 남아 있겠지요, ‘선군’이라는 단어를 버릴 수는 없다는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먼저 경제, ‘경제 성장,’ ‘주민들이 굶어 죽지 않도록 해야 겠다’란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할까요, 분위기라고 할까요… 그런 것을 느꼈습니다.

기자)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부인 리설주를 공개하고, 미국 음악, 미키 마우스 등을 공개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는데요, 북한 주민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게이스케 부편집장) 예, 저는 이것이야말로 변화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몇몇 평양 사람들에게 ‘리설주 부인까지 나와서 같이 현지지도 하는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몇 번이나 해 보았는데, 모두 ‘너무 친근감을 느낀다’란 대답이 많았습니다. 물론 자국의 지도자를 나쁘게 말할수는 없는 사정이기는 하지만 이것도 과거에는 없었던 새 지도자의 모습, 시대의 변화를 느낄수 있는 분위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자) 북한 당국이 지난 7월 15일, 리영호 총 참모장을 전격적으로 해임했습니다. 북 측은 이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게이스케 부편집장)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못 들었습니다. 대답 자체, 아니 질문 자체를 피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한 질문에는 대답하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였습니다.

기자) 혹시 장성택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들으신 것이 있는지요?

게이스케 부편집장) ‘경제분야의 제 1인자는 장성택이냐’ 는 질문을 좀 던졌는데 ‘그렇지 않다, 중국에 관한 큰 프로젝트의 책임자일뿐, 제 1인자인지는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기자) 북한은 7월부터 홍수와 태풍을 연달아 겪었습니다. 피해 상황이 어떻던가요?

게이스케 부편집장) 평양에서 판문점까지 갔다 왔는데, 길가에 보이는 논이라고 할까요, 이삭이라고 할까요… 벼의 생육은 좋아 보였습니다. 북한 안내원도 "평양 주변엔 피해가 적은 쪽이지만 역시 황해도 등의 지역은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쌀, 옥수수 등 눈에 보이는 곡물의 생육은 나빠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자) 일본과 북한은 최근 과장급 회의를 열었습니다. 4년만에 연 것인데요, 북한은 일본의 납치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게이스케 부편집장) 외무부 연구원들에게 물어보았는데요, 납치 문제에 대해서는 ‘다 해결되었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일본 정부에 관한 비판도 좀 강하고요. 그리고 지금 일본인 유골 문제도 제기됐고 그것이 과장급 회담의 계기가 되었는데 ‘일본 측에서 뜻밖에 납치문제를 거론하니 너무 혼란스럽다,’ ‘유골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공화국이 테이블까지 왔는데 납치 문제는 이와 상관없다,’ ‘납치문제에 있어서는 공화국에서 더 이상 해 줄 수 있는것이 없다’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 했습니다.

기자) 당초 열리기로 했던 일-북 국장급 회담은 이제 완전히 끝난 것인가요?

게이스케 부편집장) 강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끝났다는 말은 못 들었고, 말투의 분위기도 그렇치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공은 일본 정부가 갖고 있으니 그걸 기다리고 있다"란 말을 들었습니다.

기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다, 이런 얘기는 혹시 못 들으셨는지요?

게이스케 부편집장) 예, 아쉽게도 듣지 못했습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못 들었습니다. ‘방문해야 한다면 가시겠지요,’ 정도의 말만 들었습니다.

기자) 후쿠다 게이스케 선생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게이스케 부편집장) 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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