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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 남한말 편해져야 남한사람 됐다 느껴"


지난 2월 한국 인천에서 열린 '북한 이탈주민 채용 한마당'. (자료 사진)

지난 2월 한국 인천에서 열린 '북한 이탈주민 채용 한마당'. (자료 사진)

한국 내 많은 탈북자들은 탈북하는 악몽을 더 이상 꾸지 않을 때 비로소 한국 사람이 됐다고 느낀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외래어와 한국 표준어에 익숙해질 때 한국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는 탈북자들도 많았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서울의 인터넷 매체인 ‘뉴 포커스’가 탈북자 50 명을 대상으로 언제 한국 사람이 됐다는 것을 느끼는지 묻는 전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뉴 포커스’의 장진성 대표는 5일 ‘VOA’ 방송에, 앞으로 한국에 입국할 탈북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며, 예측하지 못했던 응답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진성 대표] “서울 꿈을 꾸었을 때라고 얘기를 하더라구요. 탈북자들이 (한국에)와서 누구나 할 것 없이, 정말 10년 전에 온 사람도 아직도 북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어요. 북한에서의 삶 그 자체가 악몽이었기 때문에 조금 피곤하거나 그러면 악몽에 자꾸 시달리는 거예요. 더구나 북한에 남겨 두고 온 그리움이나 혈육에 대한 생각들이 있기 때문에 마음은 항상 탈북하지 못한 거죠.”

많은 탈북자들이 북한 뿐아니라 중국에서 공안의 추적을 피해 쫓기는 삶을 살았거나 북송된 아픔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도 몇 년씩 악몽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장 대표는 그런 악몽에서 벗어나 한국생활에 대한 꿈을 꿀 때 큰 기쁨을 느낀다는 탈북자들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진성 대표] “자꾸 북한 꿈을 꿨는데 어느 날 남한 꿈을 꾸고 일어나서 아주 희열을 느꼈다. 아! 내가 이제 남한 사람이 됐구나, 하고 자부심을 느낀다는 얘기를 듣고 한 쪽으로는 쨘 했었요.”

한국 내 탈북자들은 또 외래어에 익숙해진 자신을 발견할 때 한국 사람이 됐다는 정체성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녹취: 장진성 대표] “북한이 주체의 나라 아닙니까? 그렇기 때문에 민족어만 쓰도록 강요하고 있고, 외부세계를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외래어를 쓸 필요도, 또 그 것을 장려하지도 않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왜 한국인들은 자꾸 영어를 쓰는가에 대해 굉장히 의문을 가졌다고 하더라구요. 아무래도 남한은 글로벌 사회이니까요. 그러다 어느새 그런 문화에 자신도 적응이 됐다는 거죠. 그럴 때 아, 내가 한국사회에 정착하는구나, 하고 느낀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장 대표는 탈북자들의 응답 중에 씁쓸한 대답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북한의 사투리를 쓰지 않고 서울 표준어를 말할 때 한국인임을 느낀다는 응답입니다.

[녹취: 장진성 대표] “한국에는 차별하는 게 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북한 사투리를 쓰면 어 이 사람 북한 사람이구나. 이 것이 싫어서 북한 사투리를 숨기려고 하는 거죠.”

장 대표는 한국인들이 통일을 말하면서도 탈북자들과 정서적 공감을 가지려는 노력이 매우 적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공감의 폭을 넓히기 위해 최근에는 ‘탈북자처럼 살아보라’ 는 제목의 기사까지 썼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진성 대표] “추석이나 설 명절날에 집에 가지말고 방 한구석에 가만 있고, 일가 친척에게 전화도 하지 말고 있어봐라. 이력서에 북한에서 왔다고 써 보라. 또 다른 하나는 당신이 받는 월급 중에서 30 퍼센트를 매달 부모님에게 보내보라. 이 게 뭐냐면 탈북자들이 자기 고향에 돈을 많이 부치거든요. 이런 것을 체험하면 탈북자들을 좀 더 이해할 것이란 얘기였죠.”

장 대표는 그러나 응답 가운데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흐뭇한 얘기들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약속시간을 지키기 위해 뛰어가는 자신의 모습에서 한국인이 된 것을 느꼈다는 한 탈북자의 응답은 대인관계의 중요성이 너무도 다른 남북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는 겁니다.

[녹취: 장진성 대표] “대인관계에서 성공하는 탈북자가 정착에서도 성공합니다. 왜냐하면 대인관계란 말 속에 예의도 있고 사교도 있고 삶의 지혜도 있고 전략도 있고 다 포함돼 있는 용어죠. 이 것을 깨닫기 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거든요.”

장 대표는 한국이 북한인들에 대한 이런 정서적 이해 등 보이지 않는 화합을 중시할 때 진정한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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