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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실종자의 날...북한, 협력 거부


지난 7월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가족 송환을 요구하는 서신을 가지고 제네바 주재 북한 대사관을 방문한 오길남 박사.

지난 7월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가족 송환을 요구하는 서신을 가지고 제네바 주재 북한 대사관을 방문한 오길남 박사.

어제 (30일)는 유엔이 정한 제2회 국제 실종 피해자의 날이었습니다. 유엔은 성명에서 개인에 대한 임의적 구금과 납치는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가해국 중 하나인 북한은 비협조적 자세 때문에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국제 실종 피해자의 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기자) 정부나 특정 단체에 강제로 체포되거나 구금, 혹은 납치된 뒤 실종된 피해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유엔이 지정한 날입니다. 실종자와 그 가족들은 이런 범죄 행위 때문에 오랜 세월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실종 피해자들를 기억하고 추가 피해를 막자는 취지에서 유엔이 지난 해 8월 30일을 첫 기념일로 선포했습니다.

진행자) 유엔에 이 문제를 담당하는 기구들이 있죠?

기자) 네,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에 임의적 (강제)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 (The Working Group on enforced or involuntary disappearances)과 지난 해 설립된 강제실종위원회 (The committee on enforced disappearances)가 있습니다. 두 기구는 어제 발표한 성명에서 임의적 구금에 따른 실종은 인류의 본질을 부인하고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에 역행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임의적 구금에 관한 사례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정부나 특정 단체가 권력 장악이나 유지, 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목적을 위해 법을 무시한 채 반대 세력이나 개인을 체포, 납치하는 행위가 가장 흔한 사례들입니다. 남미 콜롬비아에서는 1990년대 친정부 성향의 민병대가 강제로 농장들을 탈취한 뒤 사람들을 납치하고 살해했는데 당시 이런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임의적 구금 등에 의한 실종에 해당된다고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바로 이런 행위가 임의적 구금 등에 의한 실종에 해당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도 임의적 구금에 관해 가해자로 지탄을 받고 있는데, 왜 그런 겁니까?

기자) 6.25 전쟁 때 남한의 관료들과 정치인, 경찰, 작가 등 10만 명에 달하는 민간인들을 강제로 납치해 북한으로 끌고 간 전례가 있고, 휴전 이후에도 어부 등 민간인 수 백 명을 납치해 끌고간 뒤 송환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은 비단 한국인 뿐아니라 일본인 등 외국인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는 지난 해 발표한 납북자 종합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18만 명 이상이 북한에 납치됐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대부분 부인하거나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인권 위원회와 인권단체들은 지난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일부 일본인 납치 사실을 시인하고 5 명을 돌려 보낸 것이 북한이 인정한 거의 유일한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북한 정부의 이런 태도 때문에 유엔의 중재를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임의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은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해 말 기준으로 북한과 관련해12명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3 명은 1969년 발생한 북한의 대한항공기 납치 사건으로 피랍된 최정웅, 황원, 이동기 씨 가족들이 소명을 요구한 겁니다. 당시 북한은 승객 39 명을 한국으로 돌려 보냈지만 나머지 승객 7명과 승무원 4 명은 수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유엔 실무그룹이 그와 관련해 북한 당국에 생사확인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이 답변을 했습니까?

기자) 답변 기한이 지난 2월까지였는데 북한은 지금까지 답변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하고 국제법으로 압박하기 위해서 민간사절단이 이달 초에 발족되기도 했습니다. 또 일본인 납북자 가족들도 유엔 접수를 통해 실종자 가족의 생사 확인을 계속 요청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난 해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았던 오길남 씨 문제도 유엔 실무그룹에서 다뤄지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유엔 임의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은 지난 5월에 오길남 씨의 부인 신숙자 씨와 두 딸을 북한 당국이 임의적으로 구금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신 씨 모녀에 대한 북한의 강제 구금은 세계인권선언과 북한이 비준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란 겁니다. 유엔은 북한 당국에 즉각 신 씨 모녀를 석방하고 배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유엔이 강제적 구금이나 실종 사안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뿐아니라 강제 납치나 실종에 가담한 모든 나라들에 대해 유엔의 입장이 해마다 강경해지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유엔이 지난 해 강제실종위원회를 추가로 설립하고 30일을 기념일로 지정하는가 하면 법적 구속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매우 적극적이란 겁니다. 유엔 실무그룹과 강제실종위원회는 어제 (30일) 공동성명에서 임의적 구금과 납치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며 모든 나라는 관련 협약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따라서 북한 등 비협조적인 가해국들에 대한 유엔과 민간단체들의 압박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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