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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 개선, 물가 안정에 달려"


20일 북한 라선 지구에 건설 중인 라진 1부두와 2부두.

20일 북한 라선 지구에 건설 중인 라진 1부두와 2부두.

북한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경제개선 조치가 성공하려면 화폐개혁 이후 가파르게 치솟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게 관건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경제개선 조치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금융개혁 조치를 추가적으로 단행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새 경제개선 방침은 기업의 경영자율권 확대와 근로자 임금 인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경제 회생을 위해선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기업과 협동 농장의 경제활동 자율성을 확대하고 임금을 인상해, 근로자들의 생산 의욕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또 대표적인 경제잡지인 ‘경제연구’를 통해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곡물 수매가를 높이고, 소비품의 가격을 내리는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들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려면 화폐개혁 이후 가파르게 치솟은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한국 정부 당국 등에 따르면 현재 북한 시장의 쌀값은 화폐개혁 직후인 지난 2009년 12월 1㎏당 20~40원에서 8월 현재 5천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북한 근로자 한달 월급인 3천원을 훨씬 웃도는 가격입니다.

달러당 북한 원화의 환율도 화폐개혁 직후 35원에서 5천원 안팎으로 급등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이 주민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경제개선 조치와 함께 금융개혁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SK경영경제연구소 이영훈 수석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북한의 경제개혁 가능성 검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의 열악한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 기능을 정상화하는 조치를 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금융개혁을 통해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함으로써 임금 인상 조치 등에 따른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영훈 수석연구원입니다.

[녹취: SK경영경제연구소 이영훈 수석연구원] “금융개혁의 방향은 우선 현금거래로의 단일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어요. 그동안 소비재는 현금 거래하는 반면 생산재는 무현금으로 거래해왔는데 지금은 생산자조차 현금으로 거래하는 게 많아져 혼란스러운 상황이므로 일차적으로 통화 정책을 정상화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당과 군 산하의 독자적인 금융기관들을 정비하는 문제인데 이는 당과 군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라 당장 시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한국 삼성경제연구소 임수호 수석연구원은 현재 북한 체제를 이끄는 경제 관료들이 지난2003년 경제개혁을 주도한 경험이 있는 만큼,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삼성경제연구소 임수호 수석연구원] “2003년 당시 박봉주 내각이 들어선 뒤 7.1 조치의 후속 조치를 준비하면서 2004년부터 2006년도까지 금융개혁을 추진하려고 했어요. 이를 통해 물가를 잡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었는데 박 총리가 좌천되면서 추진이 안됐죠. 북한이 지금 경제개혁 조치를 취한다면 금융개혁 조치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아서 물가를 내려 실질임금을 끌어올리는 방식 또는 물가를 잡아서 시장가격을 내려 국정가격에 근접시키는 방식 등 7.1 조치 때와 반대 방식으로 가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금융개혁 조치를 통해 물가가 안정되면 환율이 안정되는 동시에, 북한 원화의 가치가 올라 주민들의 외화 선호 현상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또 물가상승의 부작용인 경제적 양극화 문제가 해소될 뿐만 아니라, 당국의 금융 기능이 정상화되면서 개인 자산을 국가의 산업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어 실질적인 생산 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금융개혁 조치가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주민들이 당국을 믿고 돈을 맡겨야 하는데 화폐개혁 이후 당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7.1조치를 단행한 뒤 그 후속 조치로, 2004년 중앙은행법을 개정한 데 이어 2년 뒤 민간 금융 활성화를 위한 상업은행법을 제정했습니다.

중앙은행 중심의 단일체제에서 상업 은행을 새로 만들어 금융 시스템을 이원화하겠다는 파격적인 조치였지만, 반대세력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한국 국정원은 북한의 새 경제개선 방침과 관련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사회주의 원칙 고수를 지침으로 제시하고 있어 근본적인 개혁과 개방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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