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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량난 해결하려면 가족농 도입해야"

  • 최원기

평안남도 운곡지구종합목장을 시찰하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사진을 배포한 '조선중앙통신'은 촬영일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평안남도 운곡지구종합목장을 시찰하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사진을 배포한 '조선중앙통신'은 촬영일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목장을 방문해 축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축산업을 비롯한 북한의 농업정책이 실패했다며, 먹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처럼 가족농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평안남도의 한 목장을 현지 지도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일 제1위원장은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과 함께 ‘운곡지구종합목장’을 둘러봤습니다.

밀짚모자 차림의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날 비육소 원종장과 돼지 원종장, 염소사 등을 차례로 돌아본 뒤 우량품종 가축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목장에서 소고기와 우유를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우량품종의 소를 더 많이 육종해야 하다고 지적하시었습니다.”

북한의 농업과학원에 근무하다 지난 1995년 한국으로 망명한 이민복 씨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말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수 십년간 해 온 지시를 되풀이 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이민복] “풀과 고기를 맞바꾸라는 얘기는 김정일 때도 그랬고 김정은도 그렇고, 3대째 같은 소리를 계속하고 있는데, 해결하지 못할 겁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축산업을 장려한 것은 지난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고난의 행군’으로 수많은 주민들이 사망하자 김 위원장은 ‘풀과 고기를 바꾸자’는 구호를 내걸고 축산업을 장려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7년과 98년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초지 조성과 축산업 발전’을 강조했으며, 김 위원장은 99년 8월 초식동물 사육을 ‘전 군중적 운동’으로 전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지시에 따라 북한에서는 전국적으로 소와 염소 목장이 꾸려지고 토끼와 염소 목장도 세워졌습니다.

그러나 소와 염소를 길러 주민들에게 고기를 공급한다는 북한의 축산 장려정책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흐지부지 되고 말았습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부원장의 말입니다.

[녹취: 권태진 부원장] “북한 축산업이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95년도가 가장 힘들 때여서 사육 두수가 줄었고요, 그 후 좀 늘었는데 곡물을 먹는 돼지는 안 늘고 풀을 먹는 토끼와 염소가 좀 늘어났습니다. 일종의 부업 축산이죠, 본격적인 축산이라고는 할 수는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축산정책이 실패한 데는 2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우선 소나 염소를 키우려면 초지-풀밭이 있어야 하는데, 초지 조성이 안됐다는 겁니다. 다시 권태진 부원장의 말입니다.

[녹취: 권태진 부원장] “초지가 그냥 마련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풀씨가 있어야 하고, 비료, 거름을 줘서 가꿔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현지 지도를 가면 초지를 잘 가꿔야 한다고 하지만 이것 자체가 말로만 끝나는 거죠.”

또 다른 이유는 ‘사료’ 입니다. 북한처럼 겨울이 긴 곳에서 소와 돼지, 염소, 닭을 키우려면 사료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은 사료는 보장하지 않으면서 ‘가축을 키우라’는 지시만 내렸다고 이민복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이민복] “사람이 먹고 남아야 사료를 만드는데, 사람이 먹을 것도 없는데 무슨 사료를 만들어요. 그럴 수준이 아니에요. 대신 풀이라도 많아야 하는데 그럴 초원도 없어요.”

한편 북한 당국은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조제 활성화를 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10-20명으로 돼 있는 협동농장 분조 숫자를 4-6명으로 줄이고, 농민이 수확물 일부를 자유롭게 처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분조제를 활성화 할 경우 농업 생산성이 기대만큼 늘지 않을 것이라며, 식량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처럼 가족농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시 권태진 부원장의 말입니다.

[녹취: 권태진 부원장] “분조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분조가 5-6명이라고 해도 이질적인 집단인데, 이들이 가족농처럼 똑같은 생각을 한다면 효율성이 올라가지만, 내가 열심히 한다고 나에게 많이 돌아오느냐고 한다면, 생산성이 올라가기 힘들죠.”

이와 관련해 이민복 씨는 북한이 농업을 살리려면 농민의 수확물 처분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분조를)4명 단위로 잘게 쪼갠다는 얘기인데, 그리고 많이 하면 네가 30%를 가지라는 것인데, 나머지 70%를 국가에 바치라는 것인데, 세금을 70% 떼는 나라가 어디 있어요. 기대했던 것처럼 효과가 나지 않을 거에요.”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지난 1962년 ‘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북한 주민들은 반세기가 지나도록 여전히 식량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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