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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종회 경희대학교 교수 “북한 주체문학론 김정은 체제에도 여전할 듯”


북한 문학예술출판사의 도서들. (자료사진)
북한 문학예술출판사의 도서들. (자료사진)
북한의 문학작품과 문예정책을 시기별로 집대성한 ‘북한문학연구자료 총서’가 한국에서 발간됐습니다. 이 책을 쓴 경희대학교 김종회 교수로부터 문학 작품에 드러난 북한 사회상의 변화를 짚어보고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의 문예정책 방향을 전망해보겠습니다.

문) 이번에 ‘북한문학연구자료 총서’라는 제목의 책을 내셨는데요. 공을 많이 들이신 것 같아요. 어떤 책인지 소개 좀 해주시죠.

답) 한 5년 걸려서 만든 책인데요. 모두 네 권으로 되어있습니다. 첫 번째 책은 남한에서 북한 문학을 어떻게 연구했는가 하는 글들을 모았고요.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는 북한의 시와 소설과 비평을 시기별로 수록한 것인데, 해방 이후 북한의 문학작품 가운데 대표적인 시 252편, 소설 31편, 비평 26편을 한데 묶었습니다. 이 책은 북한 문학 연구와 이해를 위해서 연구자나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종회 교수.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종회 교수.
문) 네 권이나 되는 책을 혼자서 다 쓰신 겁니까?

답) 이게 저서가 아니라 역서입니다. 자료를 묶어서 자료집으로 만든 것이지요.

문) 한국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책인 것 같은데요. 또 5년이나 시간을 투자하셨고요. 작업을 하기로 결심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답) 북한 문학이라고 하는 것은 북한 사회의 특성상 그 사회를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반사적인 것이죠. 그래서 북한 문학자료를 체계화하는 것은 곧 북한의 내부를 투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이 책을 통해서 남북한 문학의 비교와 교류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남북한 문학을 비롯해서 해외에 있는 한인 문학, 예를 들어 미국의 한인 문학, 일본의 조선인 문학, 중국의 조선인 문학이라든지, 중앙 아시아의 고려인 문학이라든지 하는 지구촌에 산포되어 있는 여러 동포 문학 또는 한민족 문화를 전반적으로 기술해나가는 문학서 작성에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북한 문학을 바라보는 통합적 인식과 전망이 필요한 때가 아니겠냐는 생각으로 이 책을 편찬하게 되었습니다.

문) 책이 여러 가지로 두루두루 쓰일 수 있겠네요. 먼저 문학 작품을 통해서 북한 사회의 내부를 관찰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예가 있을까요. 문학을 통해 드러난 북한의 사회상, 어떤 것이 있을지 예를 좀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답) 예, 이를 테면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 이전 까지 해방공간이라고 하는 기간을 북한에서는 ‘평화적 민주 건설 시기’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이 시기에 북한이 어떤 정치노선을 가지고 있었는지 문학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나있구요. 그리고 우리고 625 동난 시기라고 부르는 1950년에서 53년까지를 ‘위대한 조국 해방의 시기’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한국 문제를 바라보는 북한의 시각이 여기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전후문학 시기라고 부르는 50년대 후반을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기초건설을 위한 투쟁시기’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1967년까지 북한에서는 ‘천리마 대구조 운동시기’라고 부르고 1967년 조선 노동당 제 4기 15차 전원 대회 이후에 주체사상, 주체문학이라고 하는 것을 확립하죠. 이 주체문학은 오늘날까지 북한 문학의 중심을 이루고 있고 다만 1980년대 이후에는 인민 생활을 작품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예정책에 따라서 ‘사회주의 현실 주제 문학’이라고 하는 것이 등장했습니다.

이런 시기별 변화를 두고 보면 80년대 이후에는 시나 소설 작품에서 이념적 색채가 엷어지고, 시에 있어서는 서정성이 강조된다든지 소설에 있어서 인민 생활이 다각적으로 반영된다든지 하는 변화들을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시기별로 북한 문학 작품을 들여다 봄으로써 북한 사회가 정말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지도노선이 어떻게 작용했는가 하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문) 80년대 이후에 달라진 작품 중에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재밌는 것을 혹시 발견하셨는지요.

답) 그 시기에 여러 대다수의 작품들이 그렇습니다만 시에 있어서 박세영이나 오영재 같은 사람이 그렇습니다. 오영재는 북한의 계관시인인데 이산가족 교환 때 서울에 와서 고은 시인과 함께 시를 함께 낭송하기도 하고 같이 짓기도 했죠. 그리고 소설에 있어서도 남대현 작가의 작품을 보면 과거에 주체 문학이라고 하는 수령형상 문학, 김일성 찬양 일변도로 가고 있는 문학작품에서부터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여러 모습들이 있는데 그것들은 여기서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으나 읽어보면 굉장히 재미있고 변화도 뜻깊어 보입니다.

문) 그렇군요. 남북한의 문화 교류도 그동안 꽤 있어왔는데요. 이런 것들이 북한 문화정책이나 문학작품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북한의 문예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북한사회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것이 다양한 문학작품들 속에 자율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카테고리를 지키면서 창작이 되는 것이어서 북한의 현실적인 정치문제와 문학작품은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남북관계가 교착상태를 유지하게 되면서 문학작품도 당연히 그런 상태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남북관계가 부분적으로는 이루어졌다고 할지라도 한정된 인원과 금강산 같은 한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했는데 남북관계가 좀 더 굳어지면서 문화교류도 상당히 위축되어 있죠. 그래서 문화 교류와 남북한 정치현실이라고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종속변수로서 함께 묶여있는 것으로 남북관계가 화해 해빙 무드로 가기 전에는 당분간 이 문화교류라고 하는 것도 일정한 영향을 계속 받을 것으로 내다 보입니다.

문)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다음에 북한이 어떻게 변할 것이냐 이런 것이 또 굉장한 관심사인데요.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다음에 북한 문학 작품이나 문예 정책에서 어떤 변화를 느끼진 못하셨습니까.

답) 김정은 체제라고 하면 올해 초부터 시작되었는데 지난 해 말에 김정일 사망이라든지, 또 올해 초에 김정은 영도체제의 출발이라고 하는 것은 북한에 있어서 혁명 3세대를 넘어가는 굉장한 변화에 해당하죠. 그런데 이 문화 정책이라든지 문예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북한의 문화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정돈된 다음에 내놓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그 변화가 얼마나 반영되었나 하는 것을 구체적으로는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북한의 문화 매체들이 앞을 다투어 충성보도를 하고 있고 기존에 있었던 주체 문학론, 그러니까 당과 수령에 충성하는 기조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이 내부 정리가 끝나는 대로 아마도 인민들을 이끌고 갈 방향을 문학작품을 통해 제시하지 않을까 그 귀추를 주목해야 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문) 네, 관심있게 지켜봐야 겠네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교수님.

답)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면북한의 주요 언론 매체들이 신년 공동사설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시인하고 극복에 대한 노력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김정은 제 1위원장의 이력을 보면 스위스 유학도 했고 해외에서 여러가 가지를 경험한 것이라 개방을 향해서 나아가는 북한 사회의 변화가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 좋지 않겠는가. 또한 그런 차원에서 우리가 북한 문학을 심도있게 들여다 볼 필요성이 있지 않겠나 하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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