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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권력중심, 군에서 당으로 이동"


지난달 18일 열린 김정일 당사업 시작 기념 중앙보고대회.

지난달 18일 열린 김정일 당사업 시작 기념 중앙보고대회.

북한의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전격 해임되면서 북한 권력 중심이 군에서 당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노동당 정치의 부활이 이미 감지돼 왔기 때문에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데요. 그동안 어떤 조짐들이 있었는지 백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문) 리영호 총참모장의 해임, 이게 결국 군부 힘 빼기가 아니겠느냐, 그렇게 보는 시각들이 많은 것 같아요.

답) 예. 중국 관영 언론매체, `환구시보’의 보도가 대표적입니다. 리영호 총참모장의 해임을 ‘북한 선군정치 변화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렇게 전했습니다. 또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극동연구소의 한국학센터 소장 알렉산드르 제빈도 비슷한 주장을 했는데요. 리영호 총참모장 해임은 노동당의 군부에 대한 통제 강화 시도로 설명될 수 있다, 이런 분석을 내놨습니다.

문) 그런 관측이 맞다면 당의 기능이 점점 더 강화되는 수순으로도 볼 수 있겠군요?

답) 물론 북한 권력 핵심부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정할 순 없는 문제이긴 합니다. 하지만 최근 1~2년 간, 적어도 김정은 제1위원장이 후계자로 공식화된 뒤부터 노동당 기구가 정상화 흐름을 보여온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몇 가지 주목해 봐야 할 당권 강화 움직임들이 있었습니다.

문) 그럼 그런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 시기를 언제로 잡아야 할까요?

답)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진 움직임이긴 합니다만, 멀리 잡아선 2010년 9월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문) 2010년 9월이면 평양에서 당대표자회가 열렸을 때 아닌가요?

답) 바로 그렇습니다. 그게 3차 대회였는데요. 1980년 10월에 열리고 나서 30년 만이었거든요. 김정은 제1위원장이 공식 등장하는 계기도 됐구요. 이 때를 계기로 해서 각급 당 기구 결원을 보충하고 기구를 재편했습니다. 따라서 당에 좀 더 힘이 실리는 그런 징후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거죠.

문) 그러고 보니까 당 최고기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정치국 회의도 지난 해 거의 20년 만에 열렸단 말이죠. 역시 당 권위 회복과 연결시켜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답) 예. 그 회의도 그런 사례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정확히 1993년 10월 이후 18년 만에 처음 열렸으니까요. 그게 지난 해 6월이었는데요. 그리고 나서 6개월 만에 정치국 회의가 또 열립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후인 12월30일이예요. 거기서 김정은 당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겁니다. 당 구호도 심의했구요.

문) 노동당이 핵심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톡톡히 했군요. 보통 중요한 결정이 아닌데 말이에요.

답)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후계 구도의 중요한 대목마다 당이 나선 셈이니까 그렇게 봐야겠죠? 이 때를 기점으로 당의 행보가 더욱 눈에 띕니다. 한 달도 안 된 올해 1월 당이 또 특별보도라는 걸 내 놓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유해를 금수산태양궁전에 안치한다, 그런 결정을 여기서 내렸구요. 또 4월에는 노동당 대표자회의를 대대적으로 열었습니다.

문) 저희 방송이 당시 회의 결과를 평양 현지에서 보도했었죠?

답) 예. 특히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기와 겹쳐서 외부의 관심이 상당히 컸던 회의였죠. 거기서 김정은이 지금의 노동당 제1비서로 추대됐던 걸 기억하실 겁니다. 또 당 조직도 실무 위주로 재정비됐구요. 김정은과 노동당, 서로 뗄 수 없는 관계가 이 때쯤 완전히 자리잡은 모양새가 된 거죠.

문) 김정은 체제의 안정화 과정에서 노동당이 본격적으로 부각됐다, 그런 흐름을 지금 지적한 것 같은데요. 4월 노동당 대표자회의에선 다른 중요한 결정도 많이 이뤄지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현재 북한 권력의 핵심부가 이 때 자릴 잡았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현재의 권력구도와 당의 부상을 이해하려면 그 회의에서 이뤄진 결정을 잘 봐야 합니다. 김정은이 여기서 제 1비서로 추대된 건 이미 말씀 드렸구요. 또 최룡해를 군 총정치국장에 임명한 것도 바로 이 자리였습니다. 이게 중요한 것이 민간인 출신인 최룡해에게 ‘차수’ 계급을 달아 준 것이거든요. 돌려 말하면 이 것도 군부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아니었겠느냐, 그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문) 당 정치국장이 군부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충분히 그럴 수 있겠네요.

답) 맞습니다. 인민군을 사상적으로 지도. 감시하는 자리가 바로 총정치국장이니까요. 게다가 최룡해는 황해남도 책임비서 출신 아닙니까? 군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겁니다. 그런 인물이 총정치국장에 기용된 것 자체가 2009년 2월부터 3년간 군부 내에서 독주해온 리영호를 견제하긴 위한 포석이다, 그렇게 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결국 군 핵심에 당 출신을 임명함으로써 선군정치가 약화되는 신호로도 읽힌다는 겁니다.

문) 결국 그런 과정을 거쳐 리영호 총참모장이 이번에 경질됐는데요. 그 결정도 역시 정치국 회의에서 내려진 점, 눈여겨 봐야 겠죠?

답) 충분히 상징적이죠. 조선노동당이 전면에 나서서 해임안을 단숨에 처리해 버렸으니까요. 이 회의는 지난 일요일, 그러니까 15일 열렸는데요. 정치국 회의 논의 과정을 거쳐 해임안이 처리됐다는 사실, 결국 노동당 기능이 아주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그런 반증이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김정일 시대 선군정치를 내세워 전권을 휘둘러 온 군부의 힘을 좀 빼고, 노동당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기반이 구축되고 있다고들 보는 겁니다.

문) 일관된 흐름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럼 북한 당국의 직접적인 정책을 통해 노동당과 군부의 위상 변화를 들여다 볼 부분은 없을까요?

답) 지난 달 한국 언론이 북한에 경제개혁을 위한 지도소조가 설립됐다고 보도한 적 있습니다. 부총리가 책임을 지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요. 이게 사실이라면 결국 경제 문제도 내각이 직접 챙긴다는 뜻이 되는데요. 이러면 군부와 상충되는 부분이 생깁니다. 그 동안 대외무역과 외화벌이를 군부가 관장해 왔기 때문입니다.

문) 따라서 군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거구요.

답) 실제로 한국 정부 일각에선 군부 산하 외화벌이 기구들이 내각에 이전되면서 군부가 노동당. 내각과 갈등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습니다.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의 말로 한국 언론에 소개됐었는데요. 북한 군부가 장악해 온 막대한 이권을 최근 내각으로 돌리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겁니다. 이 역시 군부를 통제하면서 당과 내각 쪽의 힘을 키우는 흐름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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