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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디즈니 주인공, 북한 공연 등장


디즈니 만화의 주인공 미키 마우스와 미니 마우스. (자료사진)
디즈니 만화의 주인공 미키 마우스와 미니 마우스. (자료사진)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인 ‘미키 마우스’가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관람하는 공연무대에 등장했습니다. 미국 문화를 금기시해 온 북한의 정책이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인 미키 마우스가 등장한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미국의 `AP통신’과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6일 평양에서 모란봉 악단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이날 공연에는 미국의 디즈니 만화영화 주인공인 미키 마우스와 `곰돌이 푸’ 인형이 등장했고, 무대 뒤에는 `백설공주’와 ‘미녀와 야수’ 등 디즈니 만화영화 영상이 비쳐졌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조선중앙방송] “김정은 동지께서 새로 조직된 모란봉 악단의 시범공연을 관람하셨습니다. 음악 형상 창조의 모든 형상을 완전히 조화시켰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새로 발족시킨 모란봉 악단의 첫 시범공연으로 이뤄진 이날 공연이 끝나자 김 제1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자들은 환한 표정으로 일제히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최룡해, 장성택, 김기남 등 북한 주요 지도부도 김정은 제1위원장 곁에서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북한에서 미국 만화영화 주인공이 공식적인 공연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평양에 지국을 두고 있는 `AP통신’은 이번 공연에 대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자신을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다른 이미지를 가진 인물로 자리매김 하려는 시도’라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CBS방송’도 `AP통신’을 인용해 ‘북한의 독재자, 디즈니를 가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지난 2008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온 탈북자 김은호 씨는 북한의 공식 공연에 미키 마우스가 등장한 것은 당국이 문화정책을 완화하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김은호] “김정은이 나서서 미국 만화영화 캐릭터를 본다는 것은 이례적이고,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아마 문화는 앞서 가는 것이니까, 개혁이나 사후 정책에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반면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의 그레그 브레진스키 교수는 아직 그렇게 단정하기는 힘들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조지워싱턴 대학 그레그 브레진스키 교수] “STRANGE CHARACTER OR…

공연에 미키 마우스가 등장한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지만 북한 당국이 미키 마우스가 미국의 만화영화 주인공이라는 점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겁니다.”

탈북자들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관람하는 공연에 미국의 만화영화 주인공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일반 주민들이 ‘미키 마우스’나 ‘백설공주’ 같은 만화영화 주인공들을 처음 대한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다시 탈북자 김은호 씨입니다.

[녹취: 김은호] “어느 나라 만화라는 것은 모르지만 그냥 외국 명화라고 제목을 지어서 백설공주, 일곱난장이라고 돌리고 있어요, 제가 탈북하기 4-5년 전에도 봤어요.”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의 조은희 연구교수도 지난 10년간 장마당을 통해 중국산 제품이나 알판(CD)이 유통되면서, 미키 마우스를 비롯한 미국의 만화영화가 북한 주민들에게 낯선 존재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대 조은희 연구교수]“한 여학생의 일기라는 북한에서 만든 유명한 영화가 있는데요, 맨 처음 등장하는 것이 여학생이 미키 마우스 가방을 메고 가는 장면에이요. 클로즈업 해서. 그래서 개혁개방이 되려나 라고 생각했거든요.”

한편 미국 언론은 이번 공연을 저작권 측면에서도 보고 있습니다. 저작권이란 책이나 만화영화 같은 창작물에 대해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이런 작품을 사용할 경우 사전에 허락을 받거나 돈을 주고 사용권을 사야 합니다.

미키 마우스를 비롯한 만화영화 저작권을 가진 월트 디즈니 사의 제니아 무차 대변인은 9일 발표한 짧은 성명을 통해 북한 측이 “이번 공연과 관련해 디즈니 사로부터 아무런 사전 양해나 허락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권력층이 미국문화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미국 문화를 금기시하면서 뒤로는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도 지난 2001년 도쿄의 관광명소인 디즈니랜드에 가기 위해 일본 입국을 시도했다가 공항에서 적발돼 추방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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